비전화저널

[인터뷰] 비전화제작자 1기 ‘까르’

2018년 09월 12일

 

손에 잡히는 즐거운 일, ‘3만엔 비즈니스’를 만나다
비전화공방서울 1기 제작자 ‘까르’ 인터뷰

비전화공방서울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이곳에서 12명의 제작자는 일 년 동안  농사, 건축, 제작, 3비즈 등 전기와 화학물질에 기대지 않는 자립 기술과 철학을 수련하며, 서로의 동료가 되어간다. 지난 3월, 1기를 마친 ‘까르’를 만나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까르는 여덟 살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너는 충분히 멋지다”라고 말해주는 어른과 친구가 곁에 있었다. 열일곱에 만난 대안학교는 조금 달랐다. ‘무엇을, 왜 하고자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받았다. 더이상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일이 사회에는 어떤 가치를 만들지, 그 접점을 찾아야 했다. 덕분에 그녀는 일찍이 ‘나도 즐겁고, 사회에도 좋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가치관을 세웠다.

졸업 후에도 얼마간은 후회 없을 정도로 배움을 누렸다. 글쓰기, 춤, 영어, 인문학 등. 충만한 나날 속에 문득  자신만 ‘사람들의 세계에서 떨어져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지친 아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로운 삶을 지탱해준 기반이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새롭게 시작할 일이 보였다. 바로 ‘부모님으로부터 자립’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고통과 일을 동일시하는 문화 속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배움의 영역에서는 기타를 치든, 탈핵을 공부를 하든 사회와 나를 위한 일을 연결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막상 일을 구해보니까 둘이 공존하는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시간을 버린다고 느끼지 않을 즐거운 일, 배움이 있는 일, 임금이 수긍 가는 일. 그렇게 찾은 세 가지 알바는 드로잉 모델과 화장품 가게의 나레이터 모델, 농장의 일솝 돕기였다.

모두 즐거운 일이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그곳에서는 직원인 그녀가 새로운 일을 상상하거나 보탠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했다. 늘 피고용인으로서 ‘시킨 일을 최대한 잘 해내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래서일까? 하고 나면 왠지 힘이 빠졌다. 그러다 우연히 <3만엔 비즈니스>*의 저자 후지무라 센세의 강의를 들었다.

“내가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그게 가능하구나 싶었어요. ‘3만엔 비즈니스’(이하 3비즈)가 대체 뭔지, 그 방법이 뭔지, 너무너무 배우고 싶었죠.”

‘친구들과 독학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비전화 제작자> 모집 공고가 떴다. 작년 4월, 그녀는 비전화공방서울의 1기 제작자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3만엔 비즈니스> 한 달에 이틀 일하고 3만엔(한국 돈으로 30만원)만 버는 비즈니스를 제안한다. 돈 버는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자급력을 늘려 더 행복해지는 삶의 방식을 찾자는 철학이다. 책에는 3만엔 비즈니스의 철학과 개념, 다양한 사례가 담겨있다.

 

손에 잡히는 ‘즐거운 일’을 만나다

비전화공방 1기 제작자 ‘까르’

“공방에서 일은 다 재밌는 일이었어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일들!”

비전화공방에서는 야채 써는 일 하나도 즐거웠다. 일의 맥락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열 식품 건조기’를 만드는 일만 해도 그랬다. 다른 워크숍에 참여할 때는 전후의 과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공방에서는 준비도 직접 했고, 워크숍 후에는 제작물을 방치하지 않고 활용했다. 건조 식품을 점식 식단에 넣고, 아침마다 말릴 야채를 썰었다.

“아침마다 야채 써는 십 분이 명상하는 기분이었어요. 말린 야채가 예쁘니까 오가는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보고 가요. 굳이 ‘태양열 식품건조기가 좋아요.’ 하지 않아도 이게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모이는 거죠. 그러니까 제작 워크숍이나 도시락 사업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상상이 됐어요. 그러면서 에너지나 원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공방에서는 그런 상상이 가능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상상만 하지 않고, 직접 몸을 움직인다는 짜릿함이 있었다. 3비즈가 그랬다. 초기 투자금이 많지 않으니 쉽게 도전할 수 있다. 까르가 선택한 3비즈 중 하나는 ‘탄두르에 굽는 난과 커리’이다. 투자한 돈은 토기 화분 2개의 구매 비용과 재료비 30만 원 가량이 전부. 요리는 유튜브로 배웠다. 바라는 수익의 규모가 작으니 어떻게 돈을 벌어야할지 구체성도 손에 잡혔다.

게다가  ‘재미’를 놓지 않으면서 돈을 번다. 하는 사람이 즐거워 보이면 덩달아 다른 사람들도 하고 싶다는 게 3비즈의 철학이다.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제일 재밌을까?’를 고민한다.

“3비즈는 만들 때부터 세 개를 같이 구상해요. 후지무라 센세는 ‘세상에 재밌는 게 무지 많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세 개의 비즈니스를 같이 한다’라고 말했어요. 하나가 망해도 다른 게 있으니까 덜 불안하고 여유로울 수 있달까? 그런 게 생겨요.”


3만엔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5월에 열었던 ‘팝업 레스토랑’과 그때 내놓았던 커리.
전시장을 음식을 먹고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실험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발

공방 졸업 후에도 까르는 ‘3만엔 비즈니스’에 흠뻑 빠져있다. 그녀의 페이스북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날은 커리와 난을 만드는 요리사로, 아프리카 춤 강사로,  탄두르 제작 강사로 변신한다.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활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그녀가 선택한 ‘즐거운 일’이자, 돈 버는 ‘비즈니스’란 점이다.

“후지무라 센세는 무료로 활동하면 새로운 걸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어요. 생산자인 내가 빈곤해지면 그걸 해결하는 데 급급해져서 창조하는 힘을 쓸 수 없다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요.”

까르는 “음지에서 혼자 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훈련해라”라는 후지무라 센세의 가르침에 힘입어 자신만의 판을 열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무작정 파는 건 아니다. ‘사람들을 감동하게 할 수준’을 찾기 위해 수련을 거듭한다. 그것이 그녀가 일 년 동안 공방에서 기른 ‘비즈니스 감각’이다.

“6개월 내내 연구하니까 이제는 이 커리와 난으로 진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작년 12월 마르쉐 장터에서 처음 개시했어요. 사람들이 맛있어하니까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아, 이게 되는구나. 돈 버는 일이 이렇게까지 좋을 수 있구나 싶었죠.”

물론 하나하나 쉽지 않다.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누군가 “너는 아직 부족해”라는 이야기할 때면 움찔하기도 하지만, 움츠리지는 않는다. 담담히 한 발씩 내디딘다. 완벽한 수준이 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강박을 내려놨기 때문이다. 그래야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시작한 ‘아프리카 춤 워크숍’도 그렇다.

“누구든 저에게 ‘너는 아직 가르칠만한 수준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어요. 실제로 듣기도 했고요. 그러면 겁이 나요. 내가 무책임한 건 아닐까. 하지만 움츠리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해방감을 선물하고 싶고, 따분한 일상에 흥을 가져다주고 싶어요. 제가 경험한 것처럼요.”

그녀는 자신이 꾸준히 춤을 춰온 시간을 믿어보기로 했다. 대안학교에서 배운 뒤 계속 해온 시간이 벌써 6년이다. 아프리카 춤과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가서 춤을 배우기도 했다. 춤을 추면 숨이 확 트이는 해방감을 느낀다. 그것이 그녀가 계속 춤을 춘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그녀는 지난 6월부터 매주 금요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아프리카 춤 워크숍을 열고 있다.

부딪히며 만나는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만큼 생생한 공부는 없다. “춤은 처음 춰본다”라며 쑥스러워하던 참여자들이 “정말 즐거웠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을 때, 비로소 안심이 되고 심장이 뛴다. 이런 두근두근한 일로 계속 먹고살 수 있다면 바랄 나위 없지 않은가?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 누구보다 그녀가 궁금하다. 달마다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작은 일 과정 노트’를 꼼꼼히 쓰는 이유다. 자신의 실험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다. 일과 역할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사회에서 3비즈는 과연 그녀에게 ‘가장 까르다운 삶’을 열어줄까? 까르의 ‘3비즈 라이프’는 이제 시작이다.

 

까르는 아프리카 춤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부르키나파소에 가서 춤을 배웠다. 춤추는 까르의 뒷모습

*까르의 페이스북 

∴ 글         우민정
∴ 디자인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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