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비전화로사는날들]맛있고, 즐겁고,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날들3

2019년 07월 25일

[비전화로 사는 날들]
맛있고, 즐겁고,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날들_3편

로미

비전화저널은 비전화공방서울이 발행하는 온라인 콘텐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라는 삶을 살고자 수행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 비전화제작자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비전화로 사는 날들’ 꼭지는,
비전화제작자 수행과정을 마친 뒤에 제작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꼭지입니다.
비전화저널 기획꼭지 ‘비전화로 사는 날들’을 통해서 여러분은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의 입으로,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배움 뒤에 닥친 ‘살아가는 과정’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비전화제작자 로미는 지금,

‘시간을’ 돈으로 맞바꾸지 않고, ‘시간으로’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7년에 비전화제작자 1기 수행을 마친 로미예요.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쓰기로 하고는 세 번째 글이네요.

몇 달 전에 엄마가 수술을 받았어요. 뇌수술이었고 병원에는 2주 정도 입원하셨어요.
아빠와 내가 번갈아가며 엄마를 돌봤어요. 나중에는 아빠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주 5일의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면 엄마를 돌보는 게 가능했을까?
가능하지 않았을 거예요. 월차든 연차든 낸다는 게 어려웠을 거고, 내고 나서도 마음이 불편했겠죠.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 있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왔어요. 그리고 엄마를 돌볼 수 있었죠.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 있게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일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의 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알 수 없는 미래로 미루어두고 불안한 현재에 떠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은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요.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3분의 1 이상은 일을 하는 시간이지요. 그 시간들이 쌓인다면, 삶의 대부분은 일이에요.
그렇다면 저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좋겠어요.
일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닿길 바라며 서로가 의지하고 지지해주고 응원할 수 있길 바라요.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니라, 시간은 시간으로 남길 바라요.


내게 있어서 여유라는 건, 품과 마음을 내어 찾아오는 게 아니에요.
밥을 먹고 있으면 밥을 먹고 있는 행위에 몰입하는 것, 혼자서 영화를 볼 때면 영화에만 집중하는 것,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 사람을 오롯하게 만나는 것.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마음, 저는 그게 여유라고 생각해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는 상태죠.
일상이 바빠진 이유는 한 가지를 하는 시간에 이것저것들이 비집고 들어오게 되면서 숨 쉴 틈이 사라져버린 탓이 아닐까 해요.
자연을 자연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밥을 밥으로 만났으면 해요. 그 누구보다도 제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며 달라진 건, 저를 들어다보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예전에는 외부에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바빴기 때문에 그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자연을 자연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밥을 밥으로 만나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근래에 우드파크에서 소라씨가 동물들의 공유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했었어요.
소라씨는 지난 해에 함께 목공방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동료입니다.
작은 집을 짓자고, 트레일러 하우스를 만들자고 제가 꼬시고 있지만 꼬임에 넘어가지 않네요.
소라씨는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며 장인이 되고 싶은 목공새싹이자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자이기도 해요.
저도 참여해 동물의 집을 제작을 했는데요, 저는 목공을 좋아해요.
하지만 급하게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그날은 다음 일정에 쫓겨 마음에 여백을 두기 어려웠어요.
몸은 긴장하게 되고 같이 만드는 사람들을 돌볼 틈도 생기지 않더라고요.
‘어서 빨리, 내가 정해놓은 시간 안에 마쳐야 돼.’라고 목표에만 집중했죠.
예민한 상태로 작업을 했어요. 다시 과거의 내 모습이 나타나더라고요.
수행하고 연습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그리고 혼자 할 때와 여럿이 함께 할 때, 저마다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혼자 할 때는 ‘나’와 ‘제작물’에 몰입해가는 즐거움이 있고,
여럿이 함께 할 때는 손과 발이 맞아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즐거움이 있어요.
또한, 나는 시시때때로 변하고 다르고 마음의 그릇이 좁아졌다가 커졌다가 하고,
깊은 나락에 빠졌다가도 ‘어디든 마음 둘 곳이 있으면 천국’을 외치고,
옹졸해졌다가도 윤택해지고, 마음의 구정물이 올라오기도 하고, 사랑이 넘쳐 안아주고 싶은 날도 있고.
이 모든 게 ‘나’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하고 싶어요.

이번에 청년지원사업에 작은 일 만들기를 지원했습니다.
작은 일은 비전화공방에서는 3만엔 비즈니스라고 부르는데요, 하나의 비즈니스로 한 달에 이틀 일하고 3만엔을 법니다.
3만엔은 한국 돈으로는 약 32만원 정도인데요. 3만엔 비즈니스의 목적은 행복할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일상의 여유를 훼손하지 않으며, 동료들과 왁자지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지요.

이번에는, 작은 일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중심으로 서로에게 보석을 찾아주고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을 나누어 보려고 해요.
저는 관계지향적인 사람이면서도 관계가 서툴고 어려워요. 부드럽고 친절하며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버벅일 때도 있고, 긴장해서 마음과 다르게 거칠게 나갈 때도 있어요. 나아지고 싶은 부분이에요.
올해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하는 해가 되길 기도하고 있어요.
제 뾰족한 부분을 이해해주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뜸과 펭이라는 좋은 동료를 만나, 힘을 얻었고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은일 만들기를 꾸려보려고요.
팀명은 ‘흐롸촵’인데, 저도 이 단어를 들으면 “잉?”하게 됩니다. 소리 나는 대로,
각자가 좋아하는 단어 하나씩을 말하고 조합했더니 이런 단어가 탄생하더군요. 신기하여라!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생각하는 것 보다 어마무시하게 기분 좋고 흥이 납니다.

아마도, 이 글이 나갈 때쯤이면, 면접을 봤거나 면접을 보기 전일 텐데요.
바라는 그대로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길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흐롸촵’은 어떤 색을 띄울지도 기대해주세요.
정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미래의 모습을 그릴 때면, 내 손으로 가꾼 정원이 있고 나무 그늘 아래에는 큰 테이블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맛있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곳에 있길 바라고,
근심과 걱정은 잠시 미루어두고, 행복하고 또 행복했으면 해요.
저는 그렇게, 사람이라는 숲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비전화제작자로서 1년 동안 수행하고 난 뒤, 사람들이 묻곤 합니다.
그래서, 졸업하면 자립해요? 돈 안 벌고 살 수 있어요? 다들 귀촌해요?
여러 가지 물음들 앞에서 얼른 한두 마디로 일축하기란 쉽지 않지요.
비전화제작자들이 졸업 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
필요한 낱말을 다 쓰면서,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지금 걷고 있는 행보와 나란하게 정성껏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번 ‘비전화저널-비전화로 ‘사는’ 날들’ 이야기는 2주 후에 찾아뵐게요!

다음 주 ‘비전화저널’은 한 주 쉽니다. 더운 여름 무사히 보내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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