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비전화카페 지기 인터뷰

2018년 11월 16일

 

 

은평 혁신파크의 입구 왼쪽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터가 있었다. 작년 9월부터 작업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나무를 세우고, 흙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넘게 비전화제작자 1, 2기 스물네 명의 손때가 묻은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바로 ‘비전화카페’다. 건축주이자 발주자, 작업자였던, 그리고 앞으로 카페 운영자가 될 비전화제작자 중 3인을 만났다.

비전화카페를 비전화제작자들이 운영한다고 들었다.
직접 지은 건물이라 각별하겠다.

노엘라 : 전 건물만 봐도 짓는 과정이 눈에 보여요. 그중에서도 애정이 가는 건 손 터치가 남아있는 외벽이에요. 시멘트는 손 터치가 남으면 잘못된 거잖아요. 저희는 회 미장을 하면서 오히려 손 느낌을 살렸어요. 서울 한복판인데도 이 공간에 들어서만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듯 신비로운 느낌이 나요.

홍 : 비전화카페는 2X4 공법으로 지은 목조 건물이에요. 외벽은 스트로베일 볏단을 쌓고, 흙 미장과 회 미장을 했어요. 이런 건물은 흔히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라고 해요. 마닥과 지붕은 왕겨로 단열했어요. 벽도 60cm라 겨울에도 따뜻해요. 무엇보다 자연에서 온 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이 여타 건물과 다르죠. 특별한 점은 직선이 없는 곡선의 건물이라는 거예요. 우리는 늘 직선과 평면의 세상에서 긴장하며 살잖아요. 조금 더 자연에 가까운 곡선으로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민영 : 또 다른 특징은 오프그리드(off grid)라는 거예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요. 주로 화목난로를 쓰고, 보조로 LPG 가스를 사용할 거예요. 도시가스와 한국전력의 영역에서 벗어난 거죠. 전기 없이 한다니까 걱정하는 분도 있고, 용기 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반응이 다양해요.

지난 6월, 카페 외벽에 손으로 직접 흙을 바르는 제작자들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냉장고도 안 쓰나?

노엘라 : 저희는 냉장고, 에스프레소 기계, 제빙기, 전기 로스팅기 등 전자제품은 안 써요. 포스기도 없고, 음악도 흐르지 않아요. 공간을 채우는 건 커피를 볶거나 요리를 하는 소리뿐이에요.

민영 : 카페에서는 음악으로 모든 소리를 죽이잖아요. 제빙기 소리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도 상당히 시끄럽고요. 겨울에는 화목 난로에서 나무가 타닥타닥 타는 소리, 주전자 끓는 소리, 원두 볶아지는 소리 등이 자연스럽게 카페를 채우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홍 : 다만 도로 옆이라 차 소리가 조금 들리는 게 고민이에요. 운영해보고 그 소리가 크다면 음악을 깔아야겠죠. 일본 나스의 비전화카페와는 달리 도시에 있어 생기는 고민이에요.

민영 : 계절에 따라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맞춰 여는 시간을 유동적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저녁에 공간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조명은 오일램프와 초를 쓰고요. 적당포럼을 하면서 램프와 초를 이용해봤는데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었어요.

노엘라 : 창이 큰 편이라 햇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테이블마다 램프를 둘 거예요. 전체적으로 밝은 공간은 아니에요. 우리가 쉴 때 약간 어둡게 있잖아요. 우리는 와이파이도 없고, 전기 콘센트도 없어요. 카페에 와서 노트북 틀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죠. 저희 카페는 노 와이파이, 노 플러그 존이에요.

 

먹거리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민영 : 차 메뉴 선택할 때도 장기 실온 보관할 수 있는 모과 청이나 국화차를 준비했어요. 실온에 충분히 보관하고 숙성될수록 맛이 드는 메뉴로 준비를 했어요. 겨울 시즌 메뉴도 1기 제작자 수정이 수확한 고구마로 수프를 만들 생각이에요. 그런 식으로 정해진 메뉴를 365일 가는 게 아니라 그 계절에 맞는 재료로 준비하고, 그 재료를 잘 보관하고 숙성하는 방식을 찾고 있어요.

홍 : 커피는 ‘이리조즈’라고 하는 후지무라 선생님의 발명품을 이용해 로스팅할 계획이에요. 장래에는 참숯으로 로스팅하는 걸 배우려고 해요. 추출 방식은 사이폰(압력 차를 이용한 커피 추출 방식)을 채택했어요. 사이폰이 주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거든요. 눈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 바라보는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카페 안의 느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거 같아요.

노엘라 : 물은 비전화정수기를 써요. 물맛도 중요하니까요.

비전화카페에서 사용할 사이폰 커피. 느림의 미학을 가진 추출 방식이라 선택했다.

냉장고 없는 카페가 한국에 또 있나?

민영 : 글쎄요. 저도 아직 못 들어봤어요.

전기는 왜 안 쓰나?

노엘라 : 전기 쓰는 걸 나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삶도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보는 계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나는 그냥 차 한 잔 마시러 왔는데 전기 안 쓰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거잖아요.

홍 : 전기가 주는 편리함도 물론 아는데, 쓰지 않을 때의 불편함을 어떻게 마주할 것이냐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선택하는 건데 이것도 가능하다는 말 걸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자급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할 생각이에요.

민영 :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어 있잖아요. 플러그를 뽑는 건 나를 비일상으로 초대하는 과정이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가 되겠다 싶어요.

노엘라 : 일회용품도 전혀 안 쓸 생각이에요. 아예 비품 구매 자체를 하지 않았어요. 휴지도 없어요. 손수건을 놓을 생각이에요. 자연과 공생하는 카페를 꾸리고 싶어요.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나.

노엘라 : 저희는 매일 운영 스텝이 달라요. 1기 제작자 6명이 하루에 두 명씩 나와서 운영할 계획이에요. 영업하는 날에는 자기 색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영업하지 않는 날에는 본인의 자립 실험을 하는 거죠. 앞으로 비전화카페는 졸업한 제작자들이 언제든 운영진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민영 : 뜻 있고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직접 만든 사람들이 지키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승리의 라면집 갔을 때 승리가 없는 것처럼, 유명한 커피집 가도 커피 명인은 없는 것처럼요. 카페에 와서 “이건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 직접 만들고 겪은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기운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근데 그런 사람이 여럿이다. 그래서 똑같은 질문에 답도 조금씩 다르다. 그런 맛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홍: 날마다 지기가 다르니까 날마다 분위기가 다를 거예요. 저 같은 수다쟁이가 있으면 계속 손님한테 말 걸 수도 있고, 조용히 빗자루질하고 그릇 닦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민영 : 장기적으로 보면 여기서 우리가 더 많은 커피를 파는 게 목적은 아니에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자의 자립과 함께 성장하는 카페였으면 좋겠어요. 카페를 대관해 워크숍을 열 수도 있고요. 샵인샵처럼 제작자의 작품을 대행 판매할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은 계속 모색해나가야 할 거 같아요. 카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비전화카페의 국화차

 

앞으로 남은 고민이 있다면?

민영 : 카페와 일하는 사람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적정 노동만큼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꾸리는 것이 과제에요. 또, 던지는 이야기가 우리 안에서 공회전하는 샤우팅으로 남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다가가 동료가 늘어가면 좋겠어요.

홍 :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으니까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요. 맛 중요하죠. 일단 맛있어야 하잖아요. 아직은 메뉴가 적지만 계절을 겪으면서 담그는 청 가지수도 늘어날 거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맛도 깊어질 거라 생각해요. 허브류도 봄에는 나올 거고요.

민영 : 메뉴의 질을 고민하냐 묻는다면 무척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만큼의 성과는 남은 과제이고요. 더욱 노력할 생각이에요.

노엘라 : 의미로 끝나지 않는 게 큰 과제에요. 전기 안 쓰면서 3년, 5년, 10년 영업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메뉴도 연구와 실험을 거듭할 계획이에요. 의미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카페로 자리잡고 싶어요.

 

비전화카페

○ 여는 날짜 : 11월 17일 (토)
○ 운영 시간 : 매주 수~토 11~17시
○ 메뉴 : 커피, 모과차, 국화차, 고구마스프
○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정문 50m 앞)
*메뉴는 제철 재료에 따라 바뀔 예정입니다.


∴ 글         우민정
∴ 디자인     우영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