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마르쉐에 출점한 열두 명의 제작자

2017년 12월 28일

대화하는 시장,
마르쉐와 첫 만남

비전화 제작자가 마르쉐에 출점했다. 손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마르쉐를 찾는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이 중에는 비전화공방을 만나러 온 이들도 있었다.

“비전화공방을 페북으로만 보다가 오늘은 직접 제작자들이 출점한다고 해서 나와봤어요. 생각보다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저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네요.”

12명의 비전화 제작자는 3~4개월을 몰입해 만든 제품을 이날 처음 손보였다. “이건 어디에 써요?”, “직접 만든 거예요?” 반복되는 질문에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처음 낯선 이들의 의견을 듣는 장이기 때문이다. 마르쉐는 ‘대화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장터에서의 생생한 만남을 통해 생산자는 제품에 대한 솔직한 의견과 보람을 얻고,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와 물건을 얻는다. 비전화 제작자도 이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텃밭 손수레를 가지고 나온 진뭉은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얻었다.

“한두 분만 관심을 보여도 ‘아, 내가 필요한 걸 만들었구나’ 하면서 뿌듯하더라고요. 만들 때는 막연했는데 ‘필요했던 거다, 괜찮은 아이디어다’라고 말해주는 분이 많아서 힘을 얻었어요.”

 


12개의 비전화공방 부스를 돌면, 달마다 하나의 비전화 제품을 테마로 만들어진
12장의 ‘달력’을 선물로 가져갈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친절한 기술’을 선보인 장

진뭉의 ‘텃밭 손수레’와 로미의 ‘미니 온실’은 식물 마니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한 시민은 “겨울이면 식물을 스티로폼 상자에 옮겼는데, 이 손수레와 온실을 사용하면 더 아름답겠다”며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무엇보다 매력”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따뜻한 먹거리를 준비한 제작자도 눈길을 끌었다. 수미마셍과 까르는 직접 만든 화덕에 각각 피자와 인도 난을 구웠다. 맛도 맛이었지만, 화덕이 시선을 끌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토기 화분 두 개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손 닿을 수 있는 ‘친절한 기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비전화공방의 김미경 팀장은 ‘친절한 기술을 통해 삶을 바꾸자는 제안’이야말로 비전화공방이 전하고 싶은 ‘선물’이라 말한다.

“이번 장터의 컨셉은 ‘삶을 선물합니다’에요. ‘장터에서 웬 선물?’하며 의아할 수 있지만, 판매보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데 무게를 두고 나왔어요. ‘이 제품으로 어떤 삶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을 거는 거죠.”

 

기존 셀러들의 환대로
열린 배움의 장


직접 만든 햇빛 건조기를 소개하는 재욱

아담하고 소박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르쉐는 생산자가 연결되는 장이기도 했다. 한 생산자는 “초콜릿 가게를 하는데 말린 과일을 같이 넣는다. 말린 토마토는 이탈리아산만 써봤는데, 국산은 처음 본다.”라며 재욱의 드라이 푸드를 사 갔다. 이날 재욱은 직접 말린 과일을 넣고 끓인 뱅쇼(데운 와인)를 판매하여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드라이 푸드’의 매력을 알렸다.

생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제작자들도 있다. 수레 가판대와 상품 진열대를 만든 노엘라와 민영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실제 제품을 사용할 셀러들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다른 셀러와 협업하여 이날 직접 판매한 제품을 진열하기도 했다. 노엘라는 <자연애플농장>에서 재배한 붉은 사과를, 민영은 80년 된 재봉틀로 전기 없이 만든 <마음은콩밭>의 모자, 목도리를 진열했다. 늘 소비자로 마르쉐에 나왔던 민영은 생산자로서의 경험이 낯설었지만, 다른 셀러들의 환대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며 환히 웃었다.

 

이후 만남의 물꼬를 터준
12월의 선물장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눈길을 끈 제품도 있다. 수정의 채소 저장고는 상하는 식재료로 골치를 앓던 이들에게 신선한 제안이었다. 건강한 보관법 때문 아니라 디자인도 한몫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만들어 차가운 냉장고와 달리 파스텔 색으로 칠한 목재 서랍장은 따뜻한 느낌을 줬다. “가정용으로도 좋지만, 상점에 전시용으로 써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았다. 단영의 의자는 이날 바로 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중년의 구매자는 “옛날에 보던 교실 의자 느낌이 난다”며 “서재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고 싶다”고 ‘오래된 의자’를 구매했다.

“이건 의자에요?” 홍의 생태 변기는 의자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외관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 한 시민은 “퇴비 변기를 원래 알았지만, 투박하게 만든 것들만 봐왔다”며 “이 생태 변기는 의자로도 손색없을 만큼 예쁘다”며 감탄했다. 모로의 에센셜 워터 증류기는 사용법을 묻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 시민은 “실생활과 밀접한 물건인데도, 처음 보는 제품이라 관심이 간다”며 “제작 워크숍이 열리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앨리스의 캠핑카는 거대한 크기로 장터에 온 사람들을 압도했다. 안에 직접 들어가 둘러본 한 시민은 “들어가 보니 아늑하다”며 “작은 집에 관심이 많았는데, 120만 원으로 만든 캠핑카라니 흥미롭다”고 말했다. 관심이 높은 사람들은 방명록에 연락처를 남기고 가기도 했다.

앨리스뿐 아니라 많은 제작자가 방명록을 통해 장터 이후 만남의 물꼬를 텄다. 제작자들 대부분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는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비전화공방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립의 기반을 닦아갈 동료를 늘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전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전에는 비전화 제품을 어디서 구매할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오늘은 나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상상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늘 관심만 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저도 동참해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비전화공방 투어 참여자 인터뷰

 

 


비전화공방 인포 부스. 
비전화 정수기, 제습기, 정미기, 로스터기 등 제품을 소개하고, 비전화공방 투어를 진행했다.

인도 커리와 난을 선보인 까르.
이색적인 천과 장식으로 평소에 볼 수 없는 비일상의 공간을 연출했다.

120만 원으로 만든 앨리스의 캠핑카는 작은 집을 꿈꾸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 글         우민정
∴ 그림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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