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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잇는날] 제작자2기 제품소개-3

2018년 11월 15일

어느날 버섯을 사갔는데 냉장고에 이미 버섯이 있더라고요. 내 부엌에서 얼마나 많은 채소가 썩어나가는지 자각하게 됐죠. 냉장고가 있으니까 아무 생각없이 넣고 잊어버리는 거예요. 점점 채소 각각의 특색에도 무지해지고요. 냉장고가 신선해 보이지만 사실 감기에 걸린 채소가 많거든요. 제가 토마토로 실험을 해보니 일주일 정도는 밖에 두는 게 더 건강하더라고요. 보기에는 냉장고 안 토마토가 싱싱해보이지만, 먹었을 때 더 촉촉하고 단 건 밖에 있던 토마토였어요. 저처럼 살림을 현명하게 하고 싶은 사람,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채소저장고’가 필요하겠다 생각했어요. 외관은 정겹고 촌스러운 느낌으로 디자인했어요. 옛날 시골 할머니네 가면 있는 미닫이장처럼 묵직하고 짙은 나무 느낌을 냈고요. 부엌이 따뜻하게 느껴졌으면 좋겠어서요. 냉장고 대신 채소저장고를 쓰려면 결국 내가 나에게 관심을 돌려야 하는 거 같아요. 내 먹거리를 챙기고 돌보면서 생기는 뿌듯함을 선물하고 싶어요. 남이 떠먹여주는 여유가 아니라 스스로가 만드는 삶의 여유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비전화제작자2기 잇다

사실 전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살면서 악기 하나 다루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죠. 카혼은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져요.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 수 있죠. 리듬 악기라 다른 악기보다 진입 장벽도 낮고요. 자기 느낌대로, 나만의 흥대로 칠 수 있는 거죠. 치고나면 스트레스도 해소돼요. 어디가서 돈 주고 배울 필요도 없고요. 악기도 직접 만들 수 있어요. 일부러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카혼을 들고 모이면 축제를 열 수 있게요. 저는 연주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갇히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박자를 찾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요. 카혼을 치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흥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 오면 좋겠어요.

∴ 비전화제작자2기 진찰스

엄마는 항상 햇빛이 드는 부엌 창에 신문지나 얇은 손수건을 덧대고는 했어요. 창밖을 내다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 창을 아름답게 꾸며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부엌은 엄마가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니까요. 늘 눈에 보이는 창이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풍경이면 힘이 나잖아요. 차가운 진갈색 알루미늄 창보다 나무창이 좀더 따뜻하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만들 거라 생각했어요. 나무로 창틀을 만들고 그 안에 유리 대신 얇은 모시천을 넣었어요.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도록요. 천 위에는 원하는 모양의 자수도 새길 수 있어요. 기존의 창 위에 이 덧창을 끼우는 것만으로도 집의 풍경이 바뀔 거라 생각해요. 창을 제작해 판매하기보다는 워크숍을 통해 함께 만들면서 ‘집’이라는 장소를 돌아보는 계기를 선물하고 싶어요. 이 창을 통해 스스로 공간의 표정을 만들고 싶은 사람, 내 일상의 공간에 정성을 다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 비전화제작자2기 요루 

 

 

∴ 글         우민정
∴ 그림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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