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시민강의] 비전화기술로 어떤 것까지 만들 수 있을까?

2018년 11월 07일

 

 

9월 시민강의에서는 일본 비전화공방 사례를 중심으로 현실에서 어떤 비전화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의 목소리로 강의 내용을 전합니다.


제가 2000년 즈음 알게 된 것인데요. ‘돈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라고 다들 믿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떡하나요? 행복해질 수 없나요?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돈 없이도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기술,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을 비전화공방은 제안합니다. 오늘 비전화기술을 소개할 텐데요, 사실 비전화기술로 할 수 있는 건 엄청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몇 가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 비전화 건축 >

① 비전화 카페 : 시간이 멈춘 공간

지금 보는 건 ‘비전화카페’입니다. 이 카페의 모델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집입니다. 짐바브웨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삽니다. 그러니 집도 에너지와 돈을 들이지 않고 짓죠. 그런데도 돈을 많이 들인 카페보다도 더 쾌적하고 좋아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쾌적하고 좋아서 계속 있고 싶은 ‘시간이 멈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카페는 자리가 50석. 이런 카페를 짓는다면 한국에서는 5억 정도 들 것이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면 청년들이 도전할 수 없을 겁니다. 보통은 도시가 아니면 안 된다, 돈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상황에 빠집니다. 하지만 이 비전화카페는 500만 원에 지었습니다. 전기 요금은 제로(zero)고요. 해가 한가운데 떠 있는 여름에도 안은 시원합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일본 비전화공방에서는 염소를 키웁니다. 제자들이 왔을 때 페타(염소)와 산책을 가는데요. 그러면 처음에는 자기 페이스로 염소를 끌고 가려고 해요. 하지만 염소는 인간의 페이스로 걸어주지 않아요. 맛있는 풀을 먹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죠. 염소가 더 힘이 셉니다. 절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제자는 포기하고 어쩔 수 없다. 페타의 패턴에 내가 맞춰야겠다. 그렇게 산책이 끝나고 돌아오면 제자들이 기뻐합니다. 진짜 즐거웠어요. 내 페이스로 바삐 가는 게 아니라 염소에게 맞추어서 시간이 멈추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게 저희가 하는 비전화기술입니다. 돈이나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② 산양 오두막 : 어스백(흙부대) 하우스

염소네 집은 어스백(흙부대) 하우스입니다. 부대에 흙이나 모래를 쌓아서 만드는 집이에요. 벽 두께 30cm에요. 인간의 집보다 여름 시원하고, 겨울 따뜻하죠. 작으니까 두 제자가 반나절 만에 만들었어요.

 

③ 비전화욕조 오두막 : 태양열 에너지

태양이 뜨면 하루 두 번 목욕할 수 있어요. 해가 뜨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해가 뜨지 않을 때는 가마 같은 욕조를 쓰는데요. 쓰레기를 태웁니다. 목욕물을 위한 비용이 들지 않는 거죠. 3평 정도인데 생각보다 꽤 넓어요.

 

④ 페시브 솔라 닭장

일본은 습도가 매우 높아 곰팡이, 진드기가 집에 많이 생깁니다.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 뿌리거나 전기 제품 사용하지만 악순환일 뿐입니다. 일본 9세 이하의 아이들 59%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1억 2천만 명 중 화학물질 과민증은 몇 명일까요? 약 2천만 명입니다. 전자파 알레르기를 자각 못 하는 사람 포함하면 1600만 명으로 추정합니다. 그러니까 화학물질, 전기가 답이 되지 않는 거죠.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해지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닭도 마찬가지라고요. 여름엔 시원 겨울 따뜻하고 진드기 곰팡일 없는 곳에 살고 싶지 않을까. 그래서 만든 게 이 페시브 솔라 닭장입니다.

< 농사 : 자급자족 >

① 소규모 유기농업

농사도 짓는데요. 농약을 쓰지 않습니다. 농약 쓰면 환경에도, 어린이들에게도 좋지 않으니까요. 화학비료도 쓰지 않습니다. 즉 유기농업을 합니다. 유기농업은 작은 규모로 해야 즐겁게 할 수 있어요. 큰 규모의 농사를 지으면 머리로는 농약, 화학비료 좋지 않아 해도 써야겠다가 됩니다.

 

② 농기구 수리 기술

농사를 즐겁게 짓기 위해 기계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기계는 비싸니까 중고를 사요. 그럼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가 듭니다. 그래서 고집부려 직접 고칩니다. 처음에는 힘든데 수리 기술이 늡니다. 1,150명의 일본 제자 중에는 수리 기술만으로도 생계 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하게 기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는 걸 수리해서 쓰는 게 좋으니까요.

 

< 제자 양성 : 자급자족 >

공방에는 같이 살면서 수행하는 제자들이 있습니다. 일 년 동안 살고 있는데요. 잠자리는 주고, 먹는 건 다 직접 만듭니다. 수행이니까 급여도 없습니다. 농사짓고, 가공식품 직접 만들어서 먹어요. 살 집, 가구, 에너지 모두 직접 만듭니다. 즉 자급자족 기술을 배웁니다.  

옛날엔 이렇게 살아도 풍요로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겠죠.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당장은 병원비, 정보통신비, 양육비 등등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제자들이 좋아하는 일로 즐겁게 돈을 벌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건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 힘도 길러줍니다. 그걸 딱 1년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수행을 합니다. 저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혼을 담는 일”이라고 가르칩니다. 혼을 담아서 만드는지 아닌지는 멀리서 봐도 압니다.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혼을 담아 만들면 사람들에게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걸 수행하는 곳이 비전화공방입니다.

< 우물 파기 워크숍 >

가끔 여러 기술을 워크숍 형태로 공유합니다. 우물 파기 워크숍도 하는데요. 이틀 안에 10만 엔(10만 원)으로 우물을 팝니다. 왜 이런 워크숍을 할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우물은 전문기술자에게 몇천만 원 들여서 의뢰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물은 몇 군데 파보면 나와요. 다들 돈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올해 한국도 더웠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에어컨을 많이 틀었죠. 전기요금 많이 드셨죠. 한국은 이상하게도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별일 없으셨나요. 한국 전기요금은 이상할 정도로 저렴해요. 아쉬운 건 그렇기 때문에 낭비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 서울시 보조금은 사실 여러분이 내는 세금이니 사실상 여러분이 내는 것이죠. 적절하게 비싼 겁니다. 그럼 낭비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어찌 됐든 전기 써서 냉방 하면 돈이 듭니다. 올해 더운 건 갑자기 일어난 일 아닙니다. 즉 기후가 변동된 것이죠. 2m만 파도 땅 밑 온도는 시원합니다. 어느 계절이나 밤이나 낮이나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죠. 그 우물물로 방안을 식히고 돌려보내면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에도 나쁘지 않고요. 돈 에너지 없이 시원하게. 왜 하지 않아요?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 정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걸요.

< 비전화 정수기 >

저는 고인 물이 오염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투명 호스, 병을 사용했습니다. 기업이 만든 건 예외 없이 불투명하죠. 쓰면서 계속 오염될 테니까 안 보이게 하는 겁니다. 모르고 계속 사용하는 건 위험하죠. 야자 활성탄 1.8L는 십 년 사용해도 될 만큼의 수용 능력을 가집니다. 대기업 정수기보다 능력 떨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결을 했다 뺐다 하니까 조금 귀찮죠. 하지만 안전한 물을 먹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쪽이 좋은지는 각자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비전화공방은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는 문화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오늘도 비전화정수기 워크숍을 하며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간단하게 할 수 있잖아? 할 겁니다. 그걸 느끼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세요. 워크숍도 직접 여세요. 순환성과 다양성 지킬 수 없는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그래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멈추지 말고 발신해 나가주세요.

 

*시민강의를 마치고 신청해 주신 시민들과 ‘비전화 정수기’ 직접 제작해 보는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 글         우민정
∴ 디자인     우영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