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시민 워크숍] ‘투명’해서 안전한 비전화 정수기

2017년 09월 28일

여름이면 간편한 페트병 생수를 찾게 된다. 하지만 페트병에 장시간 담아둔 물이 안전할지 미지수다. 정수 필터가 달린 주전자 용기도 필터를 자주 교체해야 하니 썩 내키지 않는다. ‘깐깐함’을 담보하는 기업에서 빌려주는 정수기도 있다. 편리하긴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시중 정수기에서 이물질이 검출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물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같다. 10년 전, 후지무라 센세는 이 불안을 눈으로 확인한 뒤, 비전화 정수기를 발명한다.

“3년 동안 사용한 정수기를 모아서 분해를 해보았더니, 내부가 미생물로 끈적끈적한 상태였습니다. ‘이 선택지밖에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이 정수기를 만들었습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비전화 정수기

비전화 정수기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구조투명함이다. 2L 유리병에 야자 활성탄을 채우고 호스를 연결하면 끝날 만큼 단순한 구조다. 이  야자 활성탄이 필터 역할을 한다. 정수기 몸체인 유리병과 연결되는 관 모두 투명해 사용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채워진 물을 별도로 저장하지 않는 ‘직수’ 방식이라 깨끗하다. 부품도 (일본에서) 누구나 쉽게 교체할 수 있는 ‘홈센터’라는 DIY 샵에서 조달하였다. 비전화 제작자들은 이를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교체해 준비해두었다.

“비전화정수기를 20년을 쓰면 시중 정수기보다 10배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요. 그런데 성능은 더 뛰어나요. 정수기의 성능은 활성탄의 양으로 결정되는데 비전화 정수기가 시중 정수기보다 1.8배 활성탄이 더 많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양이죠. 정수 기능으로도 1등입니다.”

 


만들기 [1]
유리병에 물구멍 내기

스물한 명의 참여자가 네 조로 나뉘어 작업을 시작했다. 각 테이블에서는 제작자들이 안전교육, 세부 동선을 안내해주었다. 먼저 정수기 본체인 유리병에 물이 흐를 구멍을 뚫었다. 비전화 정수기는 아래부터 수압으로 밀어 올리는 ‘역중력 방식’이다. 일상에서 과일청이나 잼을 담을 때 흔히 사용하는 유리병을 사용했다.


정수기 구조를 설명하고 과정을 안내하는 제작자들


유리병 하부(좌)와 뚜껑(우)에 구멍을 뚫는 과정

만들기 [2]
호스 연결 & 활성탄 채우기

유리병 안으로 배관용 부품과 실리콘 베어링, 숯이 빠지지 않는 거름망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유리병 뚜껑에는 수도꼭지를, 밑에는 받침대와 호스를 연결했다. 어느새 정수기 모습이 드러났다. 엉성하게 조립하면 물이 샐 수 있어서 스패너로 힘껏 조이고, 물을 넣어 빈틈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 뒤 활성탄을 채워 넣었다. 비전화 제작자들은 활성탄을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활성탄 사이에 작은 공기 구멍이 있어요. 천백도 씨에 달하는 고열에서 만들어지면서 생긴 구멍들이에요. 이 구멍 크기가 아주 작아서 화학 분자 크기랑 유사해요. 거기에 화학물질이 달라붙어 물이 정수되는 게 원리에요.
우리가 사용하는 수돗물에는 살균을 위한 염소가 들어있어요. 0.1ppm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하지만 정수장에 가까울수록 1ppm 농도의 염소가 검출되기도 해요. 염소는 미생물을 강력하게 소독해주지만, 전혀 무해한지는 알 수 없어요. 염소는 물속에서 다른 유해물질을 만나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을 유발하기도 하죠. 시중의 정수기는 염소를 걸러내지만, 우리 몸에 이로운 칼슘, 미네랄까지 전부 걸러내요. 하지만 비전화 정수기는 유해 화학 물질만 제거해서 물이 훨씬 맛있어요.”

 

뜨거운 물로 소독하면
10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어

활성탄은 용기의 90%만 채웠다. 여백을 두면 활성탄 전체가 물과 춤을 추며 정수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완성한 정수기로 물맛을 본 이후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무겁기도 하고, 매번 페트병을 버리는 게 싫었는데…. 이제 생수를 사 먹지 않아도 되네요. 문제가 있는 줄은 알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전기를 안 써서도 좋지만, 어디든 들고 갈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제가 요리 수업을 하는데, 수업에 가져가면 요리도 더 맛있고 선생으로서 더 멋있지 않을까요?”

후지무라 센세는 시중에 판매하는 정수기로는 할 수 없는 시도들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수돗물로 매일 머리를 감게 되면 염소성분 때문에 머릿결이 조금씩 상하게 되어 있어요. 이 때문에 비싼 연수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든 정수기는 수돗물을 트는 수압만큼 그대로 정수되기 때문에, 샤워할 때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열탕 소독을 시연하는 모습(좌), 완성을 기뻐하는 참가자들(우)


비전화정수기는 정기적으로 뜨거운 물만 부어줘도 소독이 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활성탄은 칠십 도 이상이 되면 공기구멍에 붙은 화학 분자를 배출한다. 소독 주기는 미생물이 잘 서식하는 여름은 2주에 한 번, 봄·가을은 1달, 겨울은 2달에 한 번이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조립한 첫 비전화 정수기이다. 제작자들은 실제 가정에서 사용할때의 어려움이나 활용법을 함께 소통해주기를 당부하였다.
“뜨거운 물로 주기적으로 소독하면 활성탄은 1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요. 오늘 각자 조립하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수리도 가능하겠죠.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비전 화공방에 연락해주세요. 저희도 사용한 지 반년 정도라, 앞으로 함께 연구하면 좋겠어요.” 

 

 

 

취재  박우영
편집  우민정
사진  김다연, 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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