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워크숍] 함께 사는 커뮤니티를 위한 비전화정수기

2018년 09월 20일

 

 

함께 만들어가는 ‘비전화기술’

지난 8월 31일, <함께 사는 커뮤니티를 위한 비전화정수기 워크숍>이 열렸다. 재은(비전화공방 교류, 홍보 담당)의 이야기로 워크숍이 시작됐다.

“얼마 전, 강아지와 노는 기계를 소개하는 광고를 봤어요. 그동안 집주인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거죠.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발전일까?  왜 기술은 점점 사람을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갈까? 비전화공방 역시 방향을 고민하지 않으면 기술의 함정에 빠지겠다 싶었죠.

사실 비전화제품은 번거로운 면이 있어요. 만들고,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직접 돌봐야 하죠. 이런 면이 문제라기보다는 함께 다룰 ‘거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함께 사는 여러분이 이 정수기를 직접 만들고 사용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됩니다. 반가워요!”

이날 워크숍에는 다양한 커뮤니가 모였다. 안양 발도르프 학교에서 온 박하연 어린이가 물 마시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물을 마시기 위해 버려지는 것들

이날 모인 팀은 모두 네 커뮤니티다. 이들은 같이 살지만, 혈연가족은 아니다. 마음이 맞아서, 월세를 아끼려고 등 다양한 이유로 모인 ‘공동주거’ 커뮤니티다. 이중에는 도시의 비싼 월세를 함께 감당하기 위해 공동주거를 시작한 커뮤니티도 있었다.

“고양이 두 마리와 세 친구와 함께 왕십리에 사는 김지연이라고 합니다. 월세 아끼려고 친구들과 같이 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페트병 생수를 사 먹는데 쓰레기가 많이 나와요. 비전화 정수기를 알게 된 순간 꼭 만들고 싶었어요.”

이사가 잦아 규모 있는 전자제품을 사기 어려운 도시인들은 간편한 페트병 생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이 드러난 요즘, 물 마시는 방법을 바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초당 약 2만 개의 플락스틱병이 소비된다. 그중 절반은 버려지고, 재활용되는 것은 7%뿐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기존의 정수기 역시 문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성내동 공유부엌을 운영하며 삼년 전부터 1인가구 모임을 해온 최정희라고 합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와 다음달부터 공동주거를 시작해요. 물이 가장 고민이더라고요. 지금은 전기를 쓰지 않는 정수기 사용하지만, 플라스틱 필터를 계속 버려야 해서 마음에 걸렸어요.”

시골에서 온 사람들도 마실 물 걱정은 마찬가지였다.

“경주 산골에 사는 이미나입니다. 산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눈이 맞아 공동주방에서 자주 만나는데요. 그곳에서 쓸 정수기가 필요해서 왔어요. 산골이라 물은 좋지만 관이 오래됐을 수 있어서 걱정이 있었어요.”

 

버려지는 부품 없이, 십 년 쓰는 비전화 정수기

이어 단디(비전화공방)가 비전화정수기를 소개했다. 늘 그랬듯 “비전화 정수기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비전화 정수기는 수돗물을 사용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졌어요. 그 외에는 적합하지는 않아요. 수돗물은 고도의 정수 처리가 된 물이지만 염소 문제만은 논쟁적이에요. 저희는 수돗물의 염소 수치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전화 정수기은 이 야자 활성탄으로 염소를 걸러줍니다.”

비전화정수기 소개하는 단디

비전화 정수기의 세 가지 장점도 설명했다.

첫째, 버려지는 재료가 없습니다. 정수기는 필터, 생수는 PET병이 버려지잖아요. 비전화 정수기는 숯만 소독해서 쓰면 됩니다. 특별히 소모품이 없어요.

둘째,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들 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어요. 생소한 부품들이 많겠지만 만드는 과정 보시고 집에 가셔서 뜯어 보시면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셋째, 전기와 물의 낭비가 없습니다. 역삼투압 정수기는 전기도 쓰고, 물도 2/3를 버려요. 한 컵 마시면 두 컵은 버리는 거예요. 막이 미세해 한 번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일부만 보내고 나머지는 버리는 거죠. 온냉수 역시 낭비가 심하죠. 다들 찬물, 뜨거운 물 반반 섞어서 미지근한 물을 먹는데 낭비잖아요. 비전화정수기는 전기를 쓰지 않고, 물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같이 연구하며 만드는 ‘비전화 제품’

정수기 제작은 간단한 조립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 샐 틈 없이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물이 새는지 시험만 세 번 이루어졌다.

비전화 정수기는 직접 만들어 쓸 때 빛을 발한다. 야자활성탄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줄 거름망을 자르고 있다.
서로 도우며 유리병에 야자활성탄을 넣고 있다.
직접 만든 정수기에 물이 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런 시험과 보수 과정을 통해 집에서도 스스로 고쳐 쓸 수 있는 근력을 기른다.

고생 끝에 만든 정수기를 안고 돌아가기 전 둘러앉아 소감을 나눴다.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같이 연구하며 만드는 느낌이었어요. 다 만드니 뿌듯하고, 무엇보다 보이니까 안심이 되네요.” 
– 
문지은 (안양 발도르프 학교)

“생각보다 만들기 쉽지 않네요. 덕분에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운 거 같아요. 잘 쓰겠습니다.” 
– 
최정희 (성내동 공유 부엌)

이들은 앞으로 사용 후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후기는 비전화 정수기의 발전에 도움일 될 것이다. 재은은 앞으로 비전화공방이 오늘과 같은 워크숍을 이어갈 계획이라 전했다.  

“이 워크숍은 ‘비전화가 어떻게 라이프 스타일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앞으로는 1인 가구를 포함해 마을에 사는 다양한 공동체를 만나볼 생각이에요. 비전화 정수기뿐 아니라 식품 건조기나 로스터기 등등 비전화제품을 직접 만들고 사용하면서 비전화가 일상의 문화로 뿌리내리면 좋겠어요.”

 

 

∴ 글         우민정
∴ 사진     박상준
∴ 디자인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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