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인터뷰] 내가 경험한 비전화제작자 과정

2019년 03월 21일

 

 

{   2기 비전화제작자 잇다& 진찰스 인터뷰  }

Q_이전에 경험한 교육과 다른 비전화공방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진찰스
기존의 교육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은 질문하기 어려운 구조잖아요. 비전화공방에서는 내가 모르는 걸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스스로 하게끔 만드는 장치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번 추첨을 통해 제작장, 건축장, 밭장 등의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는데요. 역할을 맡으면 자연스럽게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제작장을 맡으면 목공에 더 집중하게 되고 뒷정리도 더 신경 쓰게 돼요. 그러면서 체득하는 게 많았죠. 밭장을 맡으면 밭에 자주 가서 작물 상태가 어떤지 살피고, 관리가 안 될 때는 사람들한테 얘기도 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다양한 영역의 일들에 관심이 가고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잇다
전 예전에 듣던 인문학 강좌의 실전편이 비전화공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운 걸 실생활에 녹여낼 수 있는 게 다른 교육과는 달랐죠. 그리고 아무리 좋은 강좌를 들어도 “이게 좋은 거다”라는 듯이 요구 받을 때가 많잖아요. 공방에서는 비전화의 철학과 가치를 깊이 배우지만 나의 속도와 방향에 맞게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던 점이 좋았어요. 네가 즐거운 만큼의 접점을 찾아가라는 유연함이 좋았어요. 대안 운동의 다른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생각해요. 
또,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후지무라 센세가 늘 했던 말은 “혼자 30분만 고민하고 안되면 동료들하고 의논해라. 그래도 안되면 나한테 말해라.”였어요. 덕분에 내 고민을 실제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고르는 비전화제작자들.
비전화공방에서는 직접 농사를 짓고
그 작물로 밥을 함께 지어먹는다.

 

진찰스
저는 살면서 제 생각을 집중 있게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어떤 단체에 가도 항상 뭔가가 정해져 있고 내가 생각할 부분은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저를 자꾸 생각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어요.

잇다
센세가 동료와 고민을 나누는 건 개인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라고 늘 말했는데요. 동료의 고민에 응답하는 방식이 “너의 방식은 틀렸어”가 아니라 “나라면 이렇게 할 거 같아”라고 말해주는 식이라 더 좋았어요. 이런 방식의 협업도 가능하구나 깨닫게 됐어요.

진찰스
스터디를 같이 해도 결국 공부는 혼자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좀더 밀접하고 끈끈한 관계를 경험한 거 같아요.

잇다
비전화공방 들어올 때 신청서에 “자립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어요. 최근 동료들과 그때 쓴 신청서 봤는데 대부분 자립을 “내 스스로 밥벌이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 누군가의 도움 없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거”라고 적었더라고요. 이제는 그게 다가 아닌 걸 알게 됐어요. 얼마 전 “자립은 의존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공방 생활 해보고 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진찰스
내가 부족한 게 있으면 다른 사람 통해서 채울 수 있다는 걸 배웠죠.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까 동료가 필요하다는 걸요.

작년 손잇는날 장터에서 직접 만든
채소저장고를 선보였던 잇다.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인 작은 일 만들기.

 

Q2_비전화공방에서 수행하며 자신에게 길러진 힘, 또는 전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잇다
저는 동료에 대한 생각이 확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동료, 공동체 하면 무거웠어요. 언제나 긴밀해야 할 것만 같아서 꾸리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공동체든 동료든 어떨 때는 긴밀했다가 또 어떨 때는 느슨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 공동체나 동료란 단어가 제게 훨씬 가벼워졌어요.

진찰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만 강박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후지무라 센세는 “어떤 테마든 좋아할 수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다른 동료의 테마인 채소저장고도 얼마든지 재밌게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전 그런 생각은 처음 해봤어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농사였어요. 해본 적도 없고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막상 해보니까 재밌는 거예요. 무엇이든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냐에 따라 재밌어진다는 걸 배웠어요.

작년 손잇는날 장터에서 직접 만든
카혼을 선보였던 진찰스

Q3_수행하면서 예상한 것과 달랐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했나요?

진찰스
전 그냥 딱 1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가 오년 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거예요. 그전에는 그런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본 적이 없었죠. 졸업이 졸업이 아닌 거 같은 기분, 이제 시작이구나 느꼈죠. 지금 저는 후지무라 센세를 믿고 가보려고 해요. 센세는 항상 다음달까지 뭘 해놓으라고 과제를 주세요. 그걸 하면서 부딪히다 보면 어느새 제 실력이 늘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혼을 하나 만들어갔더니 센세가 다섯 개를 만들어보라고 해요. 그럼 다섯 개를 만들죠. 만들어가면 거기에 그림을 넣어보면 어떠냐고 하세요. 그럼 또 그림을 죽어라 그리죠. 근데 해보니까 재밌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팜플렛을 만들어라, 노는 방법을 연구해봐라” 피드백을 계속 주니까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생각치도 못한 지점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잇다
저는 졸업 이후의 삶은 내가 혼자 고민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이 고민을 앞당겨서 했고, 비전화제작자 과정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이었어요.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일을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게 좋으면서도, 이 큰 고민을 생각보다 앞당겨서 하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각자 어떻게 살아갈지 이 안에서 같이 고민했던 거구나 싶어서 좋아요. 그냥 일 년 하고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사실 작년에 회사 그만두면서 주변에 “딱 일 년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라고 말했어요. 해보고 안되면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지금도 완전히 전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보다는 새로운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신기했어요. 올해는 비전화공방에 있을 때 구상했던 것들을 실제로 해보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으니까 시작하기 싫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는데 그냥 저질러보고 싶어요.

비전화제작자들은 1년 동안 목공, 건축, 농사 등
졸업 이후 자립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경험한다.


Q4_ 열두 명이 함께 생활하면서 부대낌, 분란이나 갈등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하나요?

잇다
저도 오기 전에는 그게 너무 궁금했어요. 회사에 있을 때 피하고 싶던 장면 중 하나는 관계에서 생기는 이슈에 힘을 쏟느라 정작 일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없을 때였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깨달은 건 ‘관계에서 생기는 이슈는 불가피한 거구나’라는 거에요. 내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와 같이 살기를 원하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장면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진찰스
사실 전 갈등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요. 갈등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맞춰가는 법을 배우니까요. 갈등 없는 관계는 형식적인 거 같아요. 갈등을 자꾸 이야기 하고 꺼내서 말한다는 거 자체가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인 거 같아요. 그런 상황이 있으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해볼 수도 있고, 부딪힌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풀어나갔어요. 갈등은 너무 당연한 거니까요.

잇다
실제로 매주 열기나 닫기를 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어요. 그 자리에서 얘기하기도 하고요. 그 자리 아니어도 매일 같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꺼내서 얘기하는 거 같아요. 대체로는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생각했고 잘 해결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어쨌든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망이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한주를 열거나 닫을 때, 작업을 하면서 동료와
대화의 장은 언제든 열려있다.

 

Q5_비전화제작자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찰스
전 “세상의 편견과 싸울 준비 되셨나요?”라고 묻고 싶어요. 내가 바라는 삶은 기존의 삶과 다르니까 계속 외부의 압력이 들어와요. “말도 안된다, 그냥 노는 거 아니냐, 얼마나 가겠느냐, 그냥 취업해라” 같은 말을 듣게 돼요. 아버지도 그래요. 넌 왜 그렇게 힘들게 살려고 하냐. 그런 편견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와요. 졸업에 가까워질수록 더그래요. 그때 저를 중심 잡게 해주는 건 동료들과 센세의 말이에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게 돼요. 그런 스승과 동료들을 이곳에서 만난 게 제겐 큰 힘이에요.

잇다
회사 생활할 때는 집에 뭐가 고장 나도 수리 기사님을 직접 맞이조차 못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고칠 수 있을 만큼 달라졌어요. 작년 겨울 집에 수도가 고장 나서 막 땅을 파기도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요. 이런 지점에서 삶의 비용도 점차 줄일 수 있겠다 싶어요. 기본적인 목공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의자나 테이블도 만들 수 있고요. 이제 태어날 아기의 침대도 내가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부터 들어요.

진찰스
저도 제 방에 들어갈 책상이랑 의자를 만들 계획이에요.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사실 일 년 동안 생활비는 생각보다 많이 못 줄였어요. 치킨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영화도 보면서 동료들하고 많이 놀았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필요하지 않은 걸 줄여나가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돈을 더 벌 수밖에 없는 구조에 다시 들어가야 하잖아요.

잇다
지출을 점차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 같아요.  회사 다닐 때보다는 생활비 면에서 여유로와졌어요. 회사 다닐 때는 밥 먹고 커피만 먹어도 돈이 많이 들었는데 여기는 밥을 같이 해먹으니까 그건 좋았어요.

 

Q6_가까운 지인에게 비전화공방을 추천한다면?

진찰스
전 이미 누나한테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어요. 어제도 한 시간동안 설득했어요. 일단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동료도 얻을 수 있고, 관계도 배우고,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고요. 물론 지금 단계에서 당장 돈 벌기는 어렵죠. 하지만 돈보다 가치 있는 걸 얻어가는 거 같아요. 발명가인 후지무라 센세의 생각과 마인드를 어디서 배우겠어요. 동료도 얻었고, 제 생각 자체가 이렇게 바뀌었잖아요.

잇다
전 사실 지금 삶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 역시 여러 삶의 방식 중에 하나니까요. 하지만 지금 너무 괴롭고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면 비전화공방을 제안하고 싶어요. 제작자 과정의 소개를 읽어봤을 때 “나는 이 지점을 해결될 거 같아”하는 접점이 있다면 시도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나의 선택지를 넓힐 기회니까요. 지금 하는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걸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거 같아요.


글 | 우민정
디자인 | 우영
사진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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