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비전화건축] 스트로베일 건축 현장 이야기

2017년 11월 16일

 

[인터뷰] 스트로베일 건축 이야기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면, 강력한 고집이 필요해요.”

 

비전화공방서울의 제작자들은 스트로베일 카페를 짓고 있다. 요즘 한창 벽체를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중이다. 그중 3인의 제작자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의 바람’과 ‘현실의 한계’ 사이에서 눈 감지 않고 직면하는 그들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생생함을 위해 그날의 대화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왼쪽부터 재윤, 재욱, 홍

 

각자 건축에서 무엇을 맡고 있는지, 소개와 더불어 이야기해주세요.

: 일본에서 ‘건축 공학’을 공부했어요. 그렇지만 나무로 직접 집을 짓는 건 처음이에요. 대학 때는 주로 큰 건물을 설계하니까, 철근 콘크리트 건물만 다뤘거든요. 그래서인지 저한테는 작은 집을 짓는 일이 매력적이에요. 초심자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재욱 : 초심자라고 하지만 홍이 건축 공부를 했으니까 짚어주는 부분이 있죠.

재윤 : 홍이 매개자로서 역할을 많이 해줬어요. 일본 비전화공방에 갔을 때도 건축 용어를 잘 아니까 도움이 됐죠. 홍은 늘 정확해요. 디테일까지 다 챙기는 사람이죠.

재욱 : 전 조소과였어요. 굳이 나누자면 제 작업은 설치 미술이에요. 형태보다는 분위기, 느낌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학교에서 집을 짓고 11개월 살았어요. 그냥 집이 필요해서 지었어요. 학교에 재료나 공구도 많으니까요. 그땐 설계도도 없었죠. 지금 하는 건축은 설계도도 있고, 생각도 미리 많이 하죠. 기술적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고요. 후지무라 선생님의 철학은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건데, 지금 카페의 규모는 사실 저한테 약간은 버거워요.

: 카페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그 모델을 재욱이 만들었어요. 후지무라 선생님이 감각 좋은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재욱한테 맡기셨죠.

재윤 : 전 전공이 산업공학이에요. 건축 일을 한 건 작년부터예요. 국비 지원으로 한옥 짓는 법을 배웠어요. 생각보다는 몸과 손을 움직이며 살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건축 현장에 가고 싶었었어요. 배우고 나서는 설계나 행정 일을 많이 했어요. 갈증이 커졌죠. 결국은 계속 책상에서 일을 하니까 내 위치가 사회에서 안 바뀌는구나 싶고. 그러다 비전화공방을 만난 거예요. 지금이 리즈(전성기)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콘크리트 기초 공사할 때 너무 힘든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운 거죠. 서른 들어서 건강한 관계 쌓기를 새로 배우는 느낌? 아, 건축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웃음)

 

“힘들었고, 행복했던” 그 순간에 대해 더 얘기해줘요.

재윤 : 바닥을 깔 때, 레미콘이 와서 콘크리트를 부어줬어요. 와구와구 막 쏟아지고, 속도 조절할 수도 없고, 콘크리트는 금방 굳고… 그걸 다 밀대로 밀어야 하니까 다들 힘들었죠.

: 돌가마 할 때는 직접 손으로 콘크리트 섞었어요. 금방 마르고, 굳으면 또 금이 가고. 다들 병이 날 정도로 힘들었죠. 이번에 규모가 있어서 레미콘을 부른 건데, 콘크리트 오기로 한 날짜에 맞춰서 거푸집을 짜느라 촉박하게 작업을 했어요. 재윤이 이런저런 조율 맡아서 고생 많이 했죠.

재윤 : 그래도 좋았던 건 “사람이 힘을 모으니까 되는구나”였어요. 모르겠어요, 많이 경험해본 사람들은 감동이 적을 수 있는데, 저는 혼자 노력해서 성과 내고 평가받는 그런 삶을 살아왔거든요. 같이 뭔가를 해서, 더군다나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이 주는 감동이 있었죠. 우리 손으로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다들 막 흥분을 해서 “우리가 해냈어!” 하면서 좋아했죠. (웃음)

재욱 : 전 “나중에 내 집을 짓는다면?”을 늘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콘크리트 공사 때 아쉬움이 있었어요. 나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 집을 짓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온전히 내가 개입하고 싶은데, 전문가들이 오면 그럴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 콘크리트 붓는 게 생태적이지 않죠. 나중에 저 콘크리트 다 부수어 버리는 장면이 연상돼서 죄책감도 들었어요. 나중에 내 집은 이렇게 짓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죠. 암튼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업이었어요.

: 뭐랄까. 생태 건축이란 이름으로 하고 있는데… 여러 상황이 있었죠. 처음에 후지무라 선생님은 ‘줄 기초’ 방식으로 하라고 하셨거든요. 근데 건축 허가 문제에서 부딪혔죠.
*줄 기초 : 벽이 올라가는 둘레만 콘크리트로 쌓는 방식

재윤 : 설계사가 ‘줄 기초’ 방식을 반대했어요. 허가가 안 날 수 있다고. 지금 드는 생각은 그래요. 그냥 우리 생각대로 할걸. 기존의 틀에서 탈출하려면 강력한 고집이 필요한 거 같아요. 아니면 너무 쉽게 기존 방식을 따라가는 거죠. 처음에는 한 번도 하지 않아본 방식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적당하게 타협하다 보니까 기존 방식하고 비슷해지더라고요. 저도 그게 너무 아쉬워요.

재욱 : 사실 불법은 아니에요. 다만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는 게 어려운 거죠. 입증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한 거죠. 근데 우리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타협을 본 거죠.

재윤 : 전 다음에 집 지으면 독립 기초로 하고 싶어요. 한옥 질 때 쓰는 방식인데, 돌 위에 기둥을 올리는 거죠. 그게 가장 생태적인 거 같아요. 그럼 아예 콘크리트를 쓸 필요가 없거든요. 돌 모양대로 컴퍼스를 대고 기둥에 그림을 그려요. 그럼 돌 모양대로 그려진 걸 톱으로 자르면 기둥이 서요.

: 전 트레일러 위에 집을 올리는 방식으로 해보고 싶어요. 콘크리트는 폐기될 때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건축 폐기물 대부분이 콘크리트에요. 만드는 과정 자체도 문제가 많고요. 그 물성이 강한 알칼리성이라서 자연적이지가 않아요. 제가 아쉬웠던 거는 우리가 결국 이걸 짓는 과정에서 도시에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타협을 한 점이에요. 늘 시간이 촉박했어요. 그래서 넘어갔던 부분들이 아쉬웠죠.

재윤 : 재료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요.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공간의 문제도 있죠. 도시에서는 ‘소비’를 하지 않고는 ‘창작’할 수 없는 구조잖아요. 도구함 하나를 만든다고 해도, 나무는 사야 되잖아요. 그러면 항상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어요. 만드는 게 싼지, 사는 게 싼지. 대체로 만드는 게 손해일 때도 많거든요. 그러면 의욕 상실하고. 그런 고민 없이 만들고 싶지만, 도시에서는 구할 곳이 없으니까 제작으로 가는 흐름이 늘 자연스럽지 않죠.

: 우리는 그렇게 사고하도록 훈련된 거 같아요. 소비자로서. 우리는 소비 능력으로 인간의 가치가 판단하는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지난 9월 중순, 카페 자리의 흙을 평평하게 만들고 있는 비전화 제작자들

 

만들어진 카페에서는 어떤 일들이 생기길 바라나요?

: 오늘 제작자들이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비전화카페라고 짓고 있는데, 이 카페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너무 논의되지 않았던 거 같단 회고가 있었어요. 사실 아직 카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구체적으로 구상하진 못했어요. 선생님의 일본 비전화 카페는 ‘비일상의 공간’으로 초대한다는 컨셉이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갈 건지 논의를 계속해나가야 할 거 같아요. 저는 이 카페가 비전화공방 혹은 비전화 생활방식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입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재욱 : 전 그냥 상상해보면 커피나 차를 팔고, 비전화제품도 있고, 화덕 난로도 있고, 돌가마로 피자도 굽고, 그런 공간을 상상했어요. 커뮤니티 카페처럼 돌아가며 운영할 수도 있고요.

재윤 : 독일에 있을 때 ‘프란체시넨가르튼(Prinzessinnengärten)’이란 곳이 인상 깊었어요. 고물을 수거해 제작하는 공방도 있고, 식물을 키우고, 키운 식물로 음식을 만들어 팔고, 퇴비장도 있고, 순환의 고리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그 건물들을 보면 한 사람이 만든 디자인이 아니에요. 약간 괴이하고, 날 것의 미학이 있는? 뭔가 해보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에요. 내가 벽에 색칠해도 될 거 같고 그런?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 정형화된 공간이 많아요. 내가 창의성을 발휘했다간 부담스럽게 느껴질 그런 공간이 많아요.

재욱 : 단기간에 만들어서 그러지 않을까. 졸업하고 나서 카페가 버려지는 공간이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해요. 그래서 더 잘 짓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너무 예뻐서 누구라도 계속 사용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재욱 :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우리가 있을 동안 책임감 있게 하고 싶어요. 단순히 재미로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매일 매일 “아차, 아차”하며 모르던 걸 알아가고 배우고 있어요.

: 정말 재밌게 하고 있어요. 하나라도 놓치기 싫고, 깔끔하게 짓고 싶어요. 직접 내 손으로 한다는 기쁨이 커요. 그리고 여자도 충분히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발견! 아니, 오히려 더 잘한다는 거. 건축 공부할 때, 현장 가면 (여자라서) 무시당할 거란 경고를 많이 받았는데, 직접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여자니까 못하는 거 없어”하는 쾌감이요.

재윤 : 저도 진짜 하면서 정말 ‘걸 크러쉬다!’ 했어요. 정말 일 잘해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저도 재밌어요. 처음엔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는 같이 얘기하면서 해나가면 좋겠다. 그래도 집은 무너지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웃음)

지난 11월 8일 카페 지붕을 올리는 모습. 
나무 벽체를 다 세운 뒤, 11월 17일 시민들과 함께 볏짚을 쌓을 계획이다.

 

[워크숍 신청 링크]
“볏짚을 압축하여 쌓는 작업을 함께 합니다”
http://noplug.kr/archives/notice/후지무라센세의-11월-시민강의제작워크숍

 

글 _ 우민정
사진_ 재은, 김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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