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적당포럼] 냉장고 없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까?

2018년 11월 07일

 

 

비전화카페가 11월 17일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작년 9월부터 1년 동안 기초닦기부터 미장까지 비전화 제작자들이 손수 지었는데요. 앞으로 이곳을 ‘비전화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기와 화학물질, 에너지를 적게 쓰는 자연에 가까운 공간으로 꾸리려 합니다. 하지만 고민되는 지점도 많습니다. 이번 적당포럼에서는 ‘냉장고 없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까?’란 주제로 ‘수카라’와 ‘꽃비원’, ‘비전화카페’의 세 운영자를 초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냉장고를 늘리는 대신 더 건강한 방식을 선택한 세 카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00년 전 지혜로 카페 운영하기” – 김수향(수카라)

반갑습니다. “냉장고 없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까?”가 주어진 테마인데요. 그러면 수카라에는 냉장고가 없냐. 냉장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수카라의 고민이에요. 수카라는 12년 전 문을 열 때부터 생강 시럽을 만들었어요. 그 당시 카페에서 생강 시럽을 만들어 음식을 만드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저장 음식을 만들게 된 건 건강한 제철 재료를 1년 내내 사용하게 위해서였습니자. 유기농 토종 생강은  톡 쏘고 맛이 정말 좋은데, 가을에만 반짝 나오고 사라지거든요. 그래서 매해 가을, 생강 시럽을 만들어 1년 내내 사용해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더 오래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을까. 6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해 저장 방법을 달리하며 실험하고 있어요.

혹독한 한국의 겨울나기
전 부모님이 사시는 치앙마이에서 자주 겨울을 보내는데요. 여기는 아침마다 장이 서요. 거기서 조금씩 사면 되니까 태국 사람들은 대부분 조그마한 냉장고 하나만 쓰더라고요. 부럽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렵죠. 1년 내내 싱싱한 채소가 나오지 않거든요. 저도 <농부시장 마르쉐>를 해보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한국이 11월 중순부터 3, 4월까지 노지에서 농사할 게 없구나. 땅이 어니까요. 그래서 겨울을 나기 위해 1년 내내 말리고 찌고 하는 거죠. 결국 냉장고를 없애려면 냉장고가 없었던 백 년 전의 지혜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지역을 다니며 옛날의 저장 기술을 배웠어요. 한국은 혹독한 환경 덕분에 냉장고 없이 음식 보관하는 훌륭한 기술이 많습니다.

 

수카라의 쌀겨 야채 장아찌(좌)와 레몬소금절임(우).
발효, 염장, 건조 등 다양한 방식의 식품 저장법을 활용해 냉장고를 늘리지 않는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발효 음식
발효는 어떤 물체가 미생물로 인해 변해 다른 물체가 되는 거예요. 무엇이 변할까요? 맛, 향, 영양소가 변하죠. 그 중에서도 영양소 변화가 특별한데요. 원래 채소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영양소와 전혀 다른 영양소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인간에게 해로운 영양소가 만들어지면 부패, 이로운 영양소가 만들어지면 발효라고 해요.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몸에 들어오면 몸도 기뻐해요. 그래서 영양소가 풍부한 발효음식은 혀도 맛있다고 느껴요.

발효의 또다른 역할은 시간 조절을 해주는 거예요. 발효 음식을 쟁겨놓으면 파티가 있을 때 요리를 새로 할 필요가 없어요. 김치가 기본 반찬이 되어주듯, 상온 보관해놓으면 뭔가 일이 생겼을 때 그걸 위에 올려주기만 해도 훌륭한 상을 차릴 수 있어요. 생활 안에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거죠.

말린 나물이나 장아찌 몇 가지만으로도 훌륭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오키나와에 유명한 빵집 주인은 균 전문가인데 그 분은 자기 손으로 직접 반죽해요. 손에도 몇 억의 균이 있거든요. 균도 생명이잖아요. 그러니 발효빵은 생명을 굽는 일이에요. 그분이 항상하는 말은 “내가 빵집에서 해야 하는 일은 내 상태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거다. 나는 생명을 다루고, 다른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다루기 때문이다.”에요. 저희 카페는 도심지에 있어서 사실 예민한 발효는 못해요. 발효실을 따로 만들까 고민도 해요. 하지만 어떤 조건보다 중요한 건 그분 말씀처럼 내가 즐겁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생각보다 더 풍부한 발효의 나라에요. 100년 전 일제가 침략하기 전에는 주막이 12만 개 있었대요. 그랬다는 건 12만의 술이 있고, 12만의 균이 있었다는 거죠. 그건 한국의 힘이에요. 한국은 전국에 집마다 균이 있어요. 그 균을 찾으면 냉장고 없는 생활이 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날그날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합니다.” – 정광하(꽃비원)

전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어요. 농사에 저절로 관심이 갔고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죠. 농산물 유통 시스템 안에서 농부의 몫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3년 동안 유통 과정을 공부했는데요. 미국에 사는 동안 아내와 파머스 마켓을 다녔어요. 그곳에서 농부님과 직접 대화도 하고 필요한 식자재도 소규모로 사니까 좋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은 논산에서 2,200평의 과수원에 농사를 짓고 있어요. 한 가지 작물을 대량 생산하기 보다는 내가 연결되어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농산물을 보내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농장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농부의 시장 <마르쉐>와 만나다
사실 농부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요. 겨울에는 돈을 벌고 싶어도 못 벌죠. 저도 농사 규모를 늘릴 건지 다른 시도를 할 건지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농부시장 마르쉐>를 알게 됐어요. 아내랑 목표로 삼은 게 ‘1년 동안 쉬지 않고 나가보자’였어요. 그때그때 나오는 농작물을 가지고 나갔어요. 대파 썰어서 말린 거, 고구나말랭이나 무말랭이도 팔고요. 다양한 농산물을 가지고 나가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계절이 담긴 꾸러미

꽃비원의 제철 꾸러미

장터에 꾸준히 나가다 보니까 점점 한 해 필요한 농작물 규모와 시기가 파악됐어요. 그러면서 매출이 들쑥날쑥하는 장터보다는 안정적인 ‘꾸러미’를 시작했어요. 마르쉐에 오신 소비자들이 원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30가구 하다 부담스러워서 지금은 20가구만 하고 있어요요. 꾸러미 채소는 아침에 수확해 바로 보내요.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여름 채소, 가을에는 과일도 들어가요. 받는 분들이 저희 꾸러미에는 계절이 있대요. 그걸 보면서 “봄이 왔구나.” 하면서 계절을 느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트에 가면 늘 사는 식자재만 산다는 거예요. 꾸러미에는 새로운 농산물이 늘 있으니까 새로운 음식을 해먹을 수 있죠.

피드백은 주로 SNS로 받아요. 최대한 과대포장 안 하고 보내니까 잘 가는지 확인이 필요하거든요. SNS에 사진 올려주시면 ‘아, 잘 갔구나’ 해요. 저희 꾸러미는 대부준 종이상자로 포장해요. 그중 몇 가지만 비닐봉지를 사용하고요. 그리고 3년 차 쯤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열 명 규모의 테이블이 두 개인 작은 레스토랑이에요. 예약제로 운영해요. 하루 전 예약받고, 주 3일 운영해요. 그렇게 지금은 농사와 레스토랑을 병행하고 있어요. 집도 숙박할 수 있게 마련해두었어요. 농장 오시는 분이나 근처 여행하시는 분들이 머물 수 있도록요. 제철 채소로 메뉴를 내고 있어요. 고정 메뉴 한두 가지 빼고는 계절마다 바껴요.

 

농부의 시간에 따르는 레스토랑
저희가 전문적 요리사는 아니지만, 건강한 농작물을 선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레스토랑을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6월에는 감자, 양파, 마늘이 많이 나와요. 이 세 가지는 냉장고가 아니라 그늘같이 선선하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죠. 그러면 오래 쓸 수 있으니까요. 6월에는 당연히 이 세 가지 활용한 메뉴로 구성하고요. 감자그라탕, 허브향 가득한 마늘 파스타,  양파 가득한 커리밥 세 가지 메뉴에요. 밭에서 바로 수확하는 채소들은 차가운 토마토 파스타, 여름 채소 파스타로 만들어 내고요. 식당 냉장고는 식자재 보관용이 아니라 가정용 냉장고에요. 거의 다 그날그날 수확해 요리하기 때문에 작은 냉장고로도 운영이 가능해요.

제철 재료로 만든 꽃비원의 메뉴

농사가 바쁠 때는 식당 일은 줄이죠. 농사짓기 위해 식당을 하는 거니까요. 식당 운영은 농부의 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요. 요리도 하지만 이 식당에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열리는 공간이 되면 해요. 도시에 있는 분들이 들려주시면 좀 더 농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연에 가까운, 비전화카페로 초대합니다” – 진뭉(비전화 카페)

비전화카페는 바라는 삶을 찾고, 그걸 살아낼 힘을 키우는 곳이자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곳이에요. 비전화 카페의 오픈을 앞두고 세 가지 방향을 세웠는데요 ‘에너지 소모가 적고, 자급자족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공간’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비전화기술로 냉장고 없는 카페
오늘 주제가 “냉장고 없이 카페 가능할까?”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냉장고의 가장 큰 문제는 먹거리에 무지, 무감각해진다는 거예요. 무조건 사 와서 넣는 방식이죠. 사실 실온 보관도 가능한데 냉장고에 들어가서 더 빨리 상하기도 해요. 저는 비전화공방에 와서 점심 식사를 직접 준비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내가 먹는 먹거리에 무지했었나 깨달았어요. 텃밭에서 바로 나온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생활에 활기를 주는지도 느꼈고요. 비전화카페에 오신 분들도 제가 느꼈던 즐거움과 활기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비전화카페에서는 다양한 비전화제품을 활용해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자 해요.는 냉장고 대신 실온에서 채소를 보관하는 현명한 부엌을 제안하는 가구에요. 비전화카페에서 이걸 활용하면서 채소의 특성에 맞게 건강하게 보관을 할 예정이고요. 또,  1기 비전화제작자 재욱이 만든 <햇빛 식품 건조기>도 사용해 냉장고 없이 식재료를 저장할 계획이에요. 말린 채소는 저장이 용이할 뿐 아니라 맛도 좋으니까요.

그럼에도  전기를 쓰지 않는 로스팅기, 착유기, 정수기를 사용할 거예요.남는 고민은 얼음이에요. “더운 여름에 얼음이 있어야 할까?”에요. 또 “우유나 유제품같이 쉽게 상하는 음식은 어떻게 보관할까?”, “이리조즈라는 비전화 로스팅기를 쓰면 많은 양의 커피콩을 볶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 중에 있고요.

대안으로는 후지무라 센세가 말해준 <별빛 달빛 냉장고>를 고려 중이에요. 냉동까지는 안 되지만 냉장은 되는 냉장고를 만들면 어떨까도 생각해요. 작년에 1기들이 아이스박스로 전기를 쓰지 않는 냉장고를 만들었는데 아직 연구 중이고요, 2기 중에도 이 냉장고를 개발 중인 제작자가 있어요.

비전화카페는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앞으로도 계속 전기가 아닌 알콜 램프와 초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제작자의 자립 실험
카페는 비전화제작자들이 자립을 도모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1기 민영, 노엘라, 단영은 토종쌀 이용해 술을 만들고 있어요. 술지게미로 쿠키도 만들고요. 또 민영, 수미, 홍, 제가 버릴 것 없는 생활이라는 팀을 만들어서 쓰레기 없이 어떻게 살림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비즈왁스(밀랍)랩>이라는 밀랍을 입힌 천인데요. 랩과 호일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에요. 비닐 대신 쓰는 가방도 만들고요.

비전화카페는 11월 17일 개소를 앞두고 있어요. 그날을 위해 혁신파크 내 모과를 따서 모과청을 담갔어요. 주변 농작물 이용해 카페가 운영되고, 자립을 도모하고, 꿈꾸는 삶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힘들고 지칠 때 이 카페에 오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을 비일상의 공간 비전화카페로 초대합니다.

 

∴ 글         우민정
∴ 사진     수카라/꽃비원
∴ 디자인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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