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전기요금 0원, 볏짚으로 만드는 비전화카페

2017년 10월 30일

 

짚으로 만든 집, 얼마나 갈까?

후지무라 선생님은 스트로베일(strawbale, 볏짚으로 만든 더미) 건축물의 수명을 오십 년이라 말한다. 콘크리트 수명이 오육십 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볏짚의 수명치곤 꽤 긴 편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짚(straw) 한 줄기는 약하지만, 모아서 더미(bale)를 만들면 아주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압축한 스트로베일 한 개의 평균 무게는 이십 킬로. 열 평의 스트로베일 벽이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이십오 톤에 달한다.* 흙과 함께 단단하게 뭉쳐 불에도 강하다. 습도 조절을 하기 때문에 썩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콘크리트보다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지진에도 강하다. 만일 벽에 금이 가면 흙을 발라주면 된다. 직접 보수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스트로베일을 처음 접한 사람은 “썩지 않을까? 불에 타지 않을까? 약하지 않을까? 춥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짚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뒤떨어진 건축 재료가 아니다.

짓는 법도 단순하다. 바닥을 고르고, 나무로 뼈대를 세운다. 뼈대에 볏짚을 쌓고, 흙을 바른 뒤, 회칠을 한다. 바닥을 왕겨로 깔고, 삼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는다. 끝. 누구나 지을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니다. 중요한 건 누구나 지을 수 있다는 거다. 재료나 공법도 지역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싸다. 평생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오십 석 규모의 카페를 짓는 데 일본 비전화공방이 사용한 돈은 오백만 원. 비결은 지역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볏짚과 왕겨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지붕에 사용한 삼나무는 일본에서는 벌목할 사람이 없어 곤란할 정도로 많습니다. 다시 말해 공짜 재료인 거죠. 전부 직접 짓기 때문에 인건비도 들지 않습니다. 전 늘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일본 청년들에게 “직접 지으라”고 말합니다. 한 사례로 B&B(bed and breakfast, 아침 식사가 나오는 민박)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섯 명이 잘 수 있는 이 스트로베일 집은 이 개월동안 이백만 원으로 지었습니다. 보통 건설비는 이십년에 걸쳐 회수하는데, 이 집은 이십만 원씩 열 번만 빌려줘도 건설비가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 후지무라 선생 ‘시민강의’ 中

 


비전화공방서울은 전문가가 아닌 제작자, 시민이 함께
스트로베일 집을 함께 짓는 방식을 선택했다.
워크숍을 통해 누구나 스트로베일 집을 짓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자연 재료로 만든 ‘건강한 집’

건강한 먹거리만큼 “건강한 집”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집짓기는 직접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 대부분 인간은 직접 집을 짓고 살았다. 전문가에게 집짓기를 맡겨놓은 결과, 어떤 이들은 어마어마한 빚이 생겼고, 어떤 이들은 병든 집에 살면서 새집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다.

새집증후군이 처음 나타난 건 1970년대. 전 세계적인 석유 파동을 두 차례 겪으며,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건물 외벽에 단열 처리를 하거나 창을 이중창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어난다. 공기가 막히니 기계로 냉난방과 습도 조절을 해야 했고, 환기가 되지 않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신축 건물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두통이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각종 화학물질과 환기가 안 되는 건물 구조가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때부터 ‘병든 건물 증후군’ 또는 ‘새집 증후군’이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벽에 곰팡이가 피는 일이 허다합니다. 통계를 보면 9세 아동의 50%가 알러지를 앓고 있다고 해요. 부모들은 걱정이 되니까 에어컨, 제습기 같은 기계를 사용하죠. 기계를 써도 해결되지 않자, 화학제품을 쓰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냄새나 곰팡이를 없애는 제품들을요. 덕분에 화학물질, 전자파 알레르기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 1억 5천만 명 중 2천만 명이 알레르기로 고통 받고 있어요. 사람들이 점차 전기나 화학물질에 회의감이 느끼게 될 겁니다. 저는 다른 선택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 후지무라 선생 ‘시민강의’ 中

스트로베일 집은 화학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나무, 흙, 짚, 왕겨 등 자연에서 온 재료만 그대로 사용한다. 벽을 아주 두껍게 만들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그럼에도 벽이 살아 숨 쉰다. 스트로베일의 단면에 숯과 같은 무수한 기공이 있기 때문이다.

햇볕을 차단하는 삼나무껍질 지붕(좌) / 스트로베일 60cm의 두꺼운 외벽

 

 

비일상의 공간을 선사하는 비전화카페

비전화카페의 내부 조명은 초와 램프이다. 이런 조명도 쓸 수 있다는 하나의 제안이다. LED는 효율이 좋지만, 끊임없이 일하라고 내모는 느낌이 든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도시의 획일화된 백열등을 밤에도 낮처럼 일하라고 독촉하는 “영혼 없는 조명”이라 말한다. 전기 냉·낭방 장치 또한 날씨와 계절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자연은 저녁에 빛을 거둠으로써 차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계절의 순환을 통해 창조와 소멸이라는 삶의 이치를 거듭 깨닫게 해준다. 이렇듯 생태적인 집짓기는 우리가 살아갈 삶터로서 ‘집이 무엇인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과정이다.

“비전화공방 일본의 스트로베일 카페는 곡선입니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따스하고 신비한 느낌이 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고 경쟁에 지쳐있어요. 모두 미래를 예비하는 삶의 연속을 삽니다. 그럼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금을 즐깁니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이 아닐까요. 편안해지고 안심이 되는 공간, 시간이 멈추는 그런 느낌. 비전화 카페는 일상에서 누리지 못하는 비일상의 공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 후지무라 선생 ‘시민강의’ 中

비전화공방 서울의 카페는 내년 봄이면  만나볼 수 있다. 11월에는 볏짚을 쌓는 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다.

 

 

 

글 _ 우민정
사진_  김다연
일러스트_  우영

 


*미국 콜로라도 대학 시험 결과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참조
** “새집증후군 예방하는 ‘베이크 아웃’ 아시나요?”(한겨레) 참조

참고
<자연을 닮은 집짓기>. 조지프 케네디. 도서출판 따님. 2009.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 이웅희 외. 2007.
“새집증후군 예방하는 ‘베이크 아웃’ 아시나요?”. 한겨레. 20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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