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현장스케치] 전환을 위한 삶의 기술 1 (비전화공방X지리산)

2017년 09월 06일

 

 

“순한 애벌레처럼 가는 길…
둘레둘레 한눈을 팔며 가야만 맛을 보여주는 길…
아직 눈매 선한 논과 밭이 있는 곳”*
비전화공방이 지리산을 찾았다

<박남준, ‘지리산에 가면 있다’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리산 이음이다.  
이곳에서 “지리산Χ청년도서관” 참여자와 만나 비전화공방을 소개하고, 
삶의 전환을 위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리산Χ청년도서관 : http://jirisaneum.net/eum_news/16485 )

 

 

“저희 전기 좋아해요”

비전화공방 김미경 팀장의 솔직한 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전화공방은 가는 곳마다 의도치 않은 긴장을 일으킨다. 더우면 으레 손이 가던 에어컨 앞에서 사람들이 머뭇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늘 먼저 나오는 질문도 “어떻게 전기를 안 쓰고 사나요?”이다. 이날 자리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대답은 단순 명료했다. “비전화공방 제작자는 전기를 좋아한다. 외면하기보다 잘 알아야 지혜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그는 “비전화공방 하면 어떤 비전화 ‘기술’을 가졌는지 관심 두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전기를 무조건 쓰지 말자는 입장도 ‘왜?’라는 질문을 생략한다. 비전화공방은 전기를 왜 써야 하는지 혹은 왜 써서는 안 되는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전기가 우리 삶에 필요한지, 아닌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나와 나를 포함한 공동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가닿는다. ‘바라는 삶이 무언가’를 찾는 게 먼저고, 기술은 그다음 문제다. ‘바라는 삶’이란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한 참여자는 도시에서 살다 보면 자신이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에 불과한 것 같다며 공허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농촌에서 온 참여자 역시 공간은 바뀌었지만 삶의 방식은 도시적이라며, 전환의 사례로서 비전화공방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전화공방은 바라는 삶을 찾고, 그렇게 살아내는 힘을 키우는 공간이다.”
비전화공방의 철학과 사례를 나누는 김미경 팀장

 

김미경 팀장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를 “기술이 앞장서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도시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편리와 효율을 추구한다. 사람들은 점점 ‘내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을 불필요하게 여긴다. 바라는 삶은 그저 주어지고, 다들 그걸 쫓기 바쁘다. 비전화공방은 이 효율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질문한다. “이게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인가?” 혹은  “이게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인가?” 그래서 무엇 하나를 해도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요즘 이슈는 ‘페시브 솔라 닭장’이다. 기술을 배웠지만 무조건 짓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닭을 키우고 싶은가?’ 혹은 ’닭을 키울 수 있는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보여주기 위한 모델 하우스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살아내는 것이 비전화공방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삶이 무엇인가’가 먼저고,
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닦는다

 

 

비전화 제작자, 지리산Χ청년도서관 참여자가 둘러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비전화 제작자와 대화 자리도 열렸다. 제작자 민영은 비전화공방에서의 수행 과정이 “내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고민하게 했다”라며, “3만엔 비즈니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한 달에 이틀 일해 30만 원을 번다는 말에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비즈니스를 많이 해 돈을 많이 벌고자 했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거다. 결국, 적게 벌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30만 원만 벌더라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텃밭을 일군다든가. 돈이 아닌 방식으로 삶을 꾸리는 자립력을 길러야 하더라. 결국, 삶의 전환을 총체적으로 고민하게 됐다”라고 그간 경험에서 나온 성찰을 들려줬다. 이에 “주변에서 그런 전환을 낯설게 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냐”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물론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에 마음을 쓸 수 없을 만큼 이 활동이 재밌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는 만큼 내 안의 힘이 세지는 걸 느낀다”라고 답했다. 제작자 홍 역시 “공방을 나와 지하철만 타도 현실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1년 안에 모든 걸 다 배울 수는 없다. 기술을 다 배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의 배움이 어떤 물꼬를 터줄 것인가 그걸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한 참여자는 “지리산에 오면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라며 “비전화공방의 방식이 지금은 새롭고 이상하지만, 곧 이 시대에 필요한 대안이 될 것 같다”라고 화답했다.

 

 

 

| 글/사진 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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