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현장스케치] 전환을 위한 삶의 기술 2 (비전화공방X지리산)

2017년 09월 06일

 

 

 

지리산 이음에서의 만남을 맺은 뒤,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처음 찾은 곳은 살래청춘식당 [마지]였다. 이곳은 지리산 청년 모임 ‘작은 자유’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밥집이다. [마지]란 이름은 환대의 ‘맞이’와 마을에 뿌리 내리기 위한 ‘맏이(첫째)’ 프로젝트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우리가 찾았을 때 [마지]는 새로운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지]의 청년들은 2년간의 경험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제작자들은 졸업 후의 그려갈지도 모르는 마을살이에 대한 여러 힌트를 얻었다. 마지의 이야기는 “마지 프로젝트를 마치며”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살래청춘식방 마지]와 [새벽네 나무공방] 전경
지리산에서 바라는 삶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났다.

 

 

두 번째 찾아간 곳은 26년간 발우 만든 정상길 장인이 있는 [새벽네  나무공방]이었다. 정상길 장인은 26년 전, 공방을 시작할 때 “나만이 할 수 있고, 또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절이 많은 지리산의 특성에 맞게 ‘발우’를 만드는 일에 선택했다. “발우를 만들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무 성질 죽이는 데만 일 년, 발우 깎는 칼을 만드는 데도 몇 개월은 걸린다. 오래 걸리더라도 발우마다 맞는 칼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낫으로도 연필을 깎을 수는 있지만, 연필에는 연필 칼이 최고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담담히 자신의 작업 철학을 들려주며, 제작자들에게 ‘혼이 담긴 작업’이 무엇인지 깨우쳐주었다.

 


새벽네 나무공방 정상길 장인(좌), 장인이 만들고 있는 35첩발우(우)

 

 

세 번째 찾은 [산내들 건축 협동조합]은 작년에 출범한 따끈따끈한 협동조합이었다. 하지만 구성원의 산내에서의 건축 경험은 10년이 넘는다. 이주승 대표는 “우리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생태적인 건축을 한다. 주로 짓는 건 흙집이다”라고 소개했다. 비전화 카페 건축을 앞둔 제작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이 나오자 그는 직접 사용하는 공구와 목재를 소개하며 건축 방법을 알려주었다. 협동조합의 공구는 지역민과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조아신 활동가]를 만났다.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을 연결해준 장본인이다. 그는 하나의 직업을 가지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 그의 방식이기도 하고, 시골살이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는 모금을 통해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을 만든 일이다. [토닥]은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 카페’이자 즐거운 일을 실험하고 퍼트리는 ‘작당소’이다. 13년 전부터 지리산에 살기 시작한 그의 시골살이는 자리를 잡아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 생겼다. “어느 지역이나 한 커뮤니티가 30년 지나면 위기가 온다고 한다. 세대가 순환이 안 되니까. 청년 세대가 들어와야 마을도 지속할 수 있다. 청년에게 시골살이가 단순히 도시가 힘들어서 하는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선택지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그는 이 고민을 풀기 위해 [지리산 이음]과 함께 청년을 위한 시골살이 학교를 열고 있다. 청년이 살 수 있는 시골형 공동주택을 만드는 일도 진행 중이다. 그와 대화를 통해 그가 가진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그것을 살아내는 방식의 구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산내들협동조합 이주승 대표(좌)  /  조아신 활동가(우)

 

지리산의 경치에 감탄하는 우리에게 조아신 활동가는 “경치는 몇 달 못 간다. 어디서든 내가 어떻게 살 건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지리산에서 만난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는 다 일을 쪼개고 나눠서 하지만 시골에서는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조금씩 다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사는 방식 안에 이미 ‘3만엔 비즈니스’의 철학이 녹아있었다.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생략했던 과정을 다시 펼쳐내는 게 ‘삶의 전환’이라는 이야기가 실감 나는 순간들이었다.

 

 

 

지리산 산내 마을 전경

 

지리산을 떠나며 [지리산 문화공간 토닥] 앞에서

 

 

 

글/사진 우민정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