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현장스케치] 1기 입학식 – 비전화공방, 바라는 삶의 시작

2017년 07월 19일

‘시작하는 마음’을 전하다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들과 후지무라 선생님의 첫 만남
첫 만남으로 살짝 언 마음을 녹이는 ‘스네이크 댄스’를 추고 있다.

동그랗게 둘러선 아침. 시작한다는 설렘과 건강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후지무라’ 선생님이  원 안으로 들어온다. 서로의 표정이 환해 진다. 인사가 오가고, 몸을 움직이는 ‘스네이크 댄스’가 시작됐다.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길잡이가 된 후지무라 선생님을 따라갔다. 원이 점점 좁아지며 한 마리 뱀의 모습처럼 조여진다. 빙빙 도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옆 사람의 손을 꽉 움켜쥔다. 원이 꽉 조여지는 순간, 묵직함을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시작하는 마음이 전해온다.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오는 것’이라는 시처럼, 각자의 삶을 담은 글들을 꺼냈다. 노트, 편지지, 핸드폰 등 서로 써 온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조심스러움, 그리고 혼란. 그럼에도 새로 시작하는 비전환공방에서의 1년에 대한 설렘을 꺼내놓았다. 어색하게 둘러 앉았던 거리가 조금은 좁혀지며, 다시 서로의 이야기가 잘 들리도록 가까이 고쳐앉았다.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들과 후지무라 선생님의 첫 만남, 설레는 마음으로 원으로 둘러앉았다.
시작하는 마음을 담은 토막글을 읽는 제작자 ‘진뭉’

사회적 이슈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데 익숙해져서,
내 삶도 진보적이라 생각했었나 보다.
내 가까이 있는 일상은 얼마나 돌보고 살았을까?

타인을 즐겁게 해야 했던 나의 일,
그 안에 나의 일상과 즐거움은 없었다.

일상의 호흡을 느끼기보다는
도시 속에서 그저 기계적으로 살아온 나
삶에 대한 회의감이 자주 밀려왔고,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걸 느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과 일터에서는 찾을 수 없던 일상의 풍요. 좋은 가치를 지향하는 일과 그것을 실제 일상을 연결하는 일은 달랐다. 책과 영상으로 보아 머리로는 바라는 삶의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일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도시와 자본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직접 손과 몸을 써서 얻는 충족감을 앗아갔다.

바라던 삶이 일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존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야 하는 결심도 필요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쁨’만큼 기존의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불안’도 컸다.

매주 5일, 그 꽉 찬 시간을 내가 보낼 수 있을까. 그동안은 머리로만 알고 살았다. 생태나 대안적 삶, 진보적 가치를 알고는 있었지만,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앞으로 느낄 도시에서 흙을 만지는 기쁨, 지향이 같은 사람들과 만나는 반가움.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노동은 얼마나 즐거울까.

시간을 내는 결심이 뒤따랐다. ‘나는 왜 이걸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 할수록 답은 또렷하지 않았다. 내가 시간을 보내던 기존의 시간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 기존에 보내던 시간들의 의미는 무엇이지? 더 큰 의미로 생각해보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다. 비전화공방에서의 시간도 그 맥락에서는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과거의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바라는 삶을 살아내는 힘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후지무라 선생님

머리로만 생각하던 각자의 혼란을 넘어 바라는 삶, 그 설렘을 말하기 시작했다. 1년 바라는 삶을 얼마나 몸 가까이할 수 있을까.

일과 일상을 분리하고 싶지 않다.
효율적으로 빨리 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보다 사람 먼저, 그렇게 감정과 감각을 나누며 살고 싶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싶다.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다.
내가 내 인생을 꾸리고, 가꾸고 싶다.
나와 우리 세상과의 감각을 일깨우고 철학을 세워나가는 작업.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임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게임보다는 기타를 치는, 생활을 더 음미하는 삶.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배운 것을 다른 필요한 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삶.

몸을 직접 움직여 일구는 삶은 사실 막연하다. 1년 후를 생각해도 삶이 얼마나 변할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은 여기 시작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기대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도록 교육받고 살아왔다. 폐를 끼치는 선을 넘지 않으려던 나만의 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립되지 않았을까. 나와 타인을 재고 따지는 것을 조금씩 놓는 훈련이 되지 않을까. 서로 폐를 끼쳐보려 한다.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삶, 서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 년 살이.

행복의 공동체는 혼자 할 수 없다.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다.

자립하는 힘을 키우고 싶다. 혼자는 어렵기 때문에, 같이 기대설 수 있는 삶.
자립을 향한 전환기가 되면 좋겠다.

미리 적어온 이야기를 직접 목소리로 읽어내려가는 제작자들

후지무라 선생님, “자립은 자기 별을 찾아가는 과정”

제작자들의 시작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후지무라 선생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함께 “바라는 삶을 살아내는 힘을 키우자”는 작은 선언들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자립에 대한 고민에 다다랐다. ‘독립’과 ‘자립’. 둘 다 자주 들은 단어지만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았던 단어들. 무엇이 다를까. 사전은 ‘독립’을 ‘다른 것들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게 된 상태’로, ‘자립’은 ‘스스로 서는 상태’로 설명한다. 사전을 봐도 둘의 차이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자신의 해석을 들려주었다.

“‘독립’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들로부터 멀어짐, 혹은 중립을 말합니다. 하지만 ‘자립’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 서는 상태’입니다. 주변과의 조화가 중요하지요. 결국, ‘자립’은 자기의 별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자기의 별은 미래의 자기가 빛나고 있을 미래의 상입니다. 소위 비전이라고도 하죠. 뒤에 올 누군가를 비추어 줄, 누군가가 올려 다 볼, 그것이 자기의 별입니다. 자기의 별이 발견되면 그곳을 향해 가는 여정이 되지만, 자기의 별이 보이지 않으면 땅만 보고 걷거나 자기의 마음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들은 말들을 일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아마 감동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나눠준 고민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사회는 공부나 기술은 열심히 해도 자기 생활과 분리되는 구조입니다. 공부만 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회와 유리되는 것이죠. 막상 준비되어 사회에 나와도 써먹을 장이 없어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세상과 멀어지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비전화공방에서의 삶은 공부와 기술, 생활, 일, 기술, 환경을 융합하도록 연습하고 훈련하는 시간이 될 거에요.”

후지무라 선생님은 공방에서 추구하게 될 조화와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였다. 물건을 만들 때 자연의 은혜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는 감성들, 그런 연결감을 잊지 말고 제작자의 혼을 담아 만들어야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짧게 주고받은 대화에서 1년을 기대하는 기운이 솟아났다. 마무리로 아프리카 댄스를 춰 온 친구의 구령에 따라 함께 춤을 배워보았다. 어째 좀처럼 한 동작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제각각인 춤 동작처럼, 앞으로의 시간이 제작자들에게는 각자 자립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언어를 갖추고 혼을 단련시키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비전화공방 제작자들
2017년 4월, 바라는 삶을 시작하다

취재/글 : 박우영
사진 : 김다연
편집 : 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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