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손잇는날] 비전화제작자3기 제품소개-2

2019년 10월 06일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전 그게 궁금했어요. 죽으면 난 그냥 사라지고, 세상은 아무 상관없이 굴러가는 걸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다 인디언 연설문에서 이런 구절을 봤어요. “당신들이 보는 이 흙은 평범한 흙이 아니다. 조상들의 피와 살과 뼈로 이루어진 흙이다” 아, 나도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죽어도 만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안심이 됐어요. 제가 만든 벽장식의 테마도 ‘연결’이에요.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고 대자연의 순환 속에 있다는 거,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부터 숲속 나무와 벌레, 흙까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뭇가지와 솔방울, 칡덩굴, 깃털 같은 자연물이 가진 모양 그대로 만들었어요.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풍경도 있어요. 나뭇가지가 내는 소리와 매듭의 이어짐을 찬찬히 바라보며 보는 사람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숨 쉬고 있고, 나무가, 풀이, 바람이 내 옆에 있다는 거,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 나무가 벌목되는 일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이 비전화적인 삶의 시작이 아닐까 해요. 

∴ 비전화제작자3기 보나

 

 

 

음식물 쓰레기는 집에서 빨리 없애고 싶은 존재잖아요. 오래 두면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니까 불결하고 불쾌하죠. 비전화공방에 와서야 음식물 쓰레기가 더러운 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다시 흙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훌륭한 퇴비라는 사실을요. 알고 나니까 음식물을 흙으로 만드는 기술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지구에는 원래 쓰레기가 없다고 하잖아요. 제가 토기로 만들어 직접 써보니까 2주면 다 흙으로 돌아갔어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안에 미생물들이 다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사실 음식물 처리기는 집에서 쓰고 남은 플라스틱 통이나 양철통, 스티로폼 상자로 만들어도 무방해요. 그런 통들을 업사이클링을 해서 실내용 음식물 처리기를 만드는 워크숍을 하려고요. 제 경험으로 만든 매뉴얼북도 나눌 생각이에요. 전 음식물 처리기가 작은 지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먹고 남은 것들이 다 지구로 가잖아요. 가까이서 그 순환을 느끼며 지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 비전화제작자3기 꼬리

 

 

 

불에는 사람들을 둘러앉게 하는 힘이 있잖아요. 저는 가마솥에 밥을 지어서 둘러앉아 먹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훈제기도 그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연기가 피어오르고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요. 느리게 가는 그 시간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흔히 훈제요리하면 햄이나 오리고기를 떠올리지만, 사실 훈제로 즐길 수 있는 요리는 다양해요. 제가 채소 훈제요리를 많이 시도했던 건 주변에 채식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였어요. 채소에 불의 맛이 더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풍미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시중에서 파는 훈제요리에는 사실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요. 훈제기만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일상에서 첨가물 없이 맛있고, 건강한 훈제요리를 먹을 수 있어요. 훈제기의 원리는 간단해요. 음식의 겉면에 연기를 쐬는 거예요.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불맛이 나고, 살균돼요. 덕분에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독특한 맛이 나죠. 제가 만든 훈제기와 함께 훈제 음식을 선보일 거예요. 견과류, 제철 생선, 베이컨, 바지락을 훈제해서 바게트 위에 얹을 생각이에요. 요리법의 선택지를 늘리고 싶은 분들에게 새로운 제안이 될 거라 생각해요.

∴ 비전화제작자3기

 

 

 

갈대 빗자루는 쓸 때 샤르락 하는 소리가 좋아요. 정전기도 일어나지 않아 모니터나 키보드 틈 사이사이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어요. 털기만 하면 머리카락도 잘 떨어지고요. 손 닿는 곳에 두면 충전 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까 생각보다 편해요. 따로 시간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청소가 돼요. 도시에는 소음이 많잖아요. 집안에만 있어도 청소기, 자동차, 컴퓨터 소리 같은 기계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죠. 청소할 때도 청소기 소리가 크니까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일로만 다가오더라고요. 빗자루를 쓰면 고요한 청소를 할 수 있어요. 내 삶의 흔적을 빗자루로 쓸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다 보면 그 공간이 따뜻하게 다가와요. 게다가 요즘 청소기 가격이 비싸잖아요. 누구나 살 수 있을까 싶고 또 그렇게까지 필요할까도 싶어요. 작은 평수라면 이 갈대 빗자루가 적당한 거 같아요. 만약 망가진다면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고요. 이 갈대 빗자루로 고요하고 느긋한 청소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요. 

∴ 비전화제작자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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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감각, 우리를 잇는 움직임,
바라는 삶을 만드는 축제’
손잇는날2019에서 만나는
비전화제작자 3기들의 이야기

손잇는날2019
때: 2019년 10월 19일(토)
곳: 서울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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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우민정
∴ 그림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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