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비전화로 사는 날들] 내 삶으로 돌아오는 일-2/2

2019년 11월 26일

[비전화로 사는 날들]
내 삶으로 돌아오는 일-2

비전화제작자 2기 준기
비전화저널은 비전화공방서울이 발행하는 온라인 콘텐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라는 삶을 살고자 수행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 비전화제작자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비전화로 사는 날들’ 꼭지는,
비전화제작자 수행과정을 마친 뒤에 제작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꼭지입니다.
비전화저널 기획꼭지 ‘비전화로 사는 날들’을 통해서 여러분은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의 입으로,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배움 뒤에 닥친 ‘살아가는 과정’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 글을 써줄 수 있냐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많았다. 내가 지금껏 쌓아올린 게 없는데 어떤 점을 보여줘야 하지? 역시는 역시나 보여줄게 없었으니 글감이 나오질 않았다. 자연스레 공방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로 향했고 잘 나온 사진과 글을 보며 살짝 기가 죽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번 비전화공방 홈페이지에는 그럴듯한 글이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서 왠지 신이 났다. 나는 지금 제작자로써 그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제작자 과정을 1년 동안 수행했고, 후지무라 센세께서 알려주신 삶의 가치들을 실천하며 살고 싶은 제작자로써 나의 이야기를 적기로 했다!

졸업 후 낫또 워크숍을 열기까지

내가 가장 정성껏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느낌은 이 일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끌고 왔다. 물론 일로써 지속하는 것은 현실이었다. 의지나 좋은 느낌만으로 지속할 수는 없었다. 졸업 후 나를 가장 좌절시킨 부분도 이 지점이었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열정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과 부딪쳐야 했다. 졸업 후엔 매일같이 보는 동료들도 없었다. 혼자 머릿속으로만 일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하고 있는 노력과 내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삶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무기력해졌고, 갑갑함만 커져갔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목적지에 이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나마 날 자극했던 건 금전적인 문제였다. 오딧세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간간이 워크숍을 하는 등 어떻게든 조금씩 수입이 들어오긴 했지만. 생활비 정도였기 때문에 돈을 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듯한 느낌은 나를 막막한 한숨만 쉬게 만들었다.

외부 활동은 뜸했지만 그래도 낫또는 꾸준히 만들었다. 집에서도 괜찮은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꾸준히 주변 지인들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거의 열 번이 넘는 실험을 하고 꼼꼼하게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낫또의 질도 높아지고 이제는 기복 없이 좋은 질의 낫또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재료도 사용해보고 다양한 질감을 내려고 여러 시도도 해봤다.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고 체득이 되면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신이 나서였다. 내가 적립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었다. 하루 종일도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졸업 전부터 워크숍을 같이 만들어 보자던 옥상 반디에 찾아갔다.

너무 감사하게도 반디에서 워크숍 이야기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일사천리로 첫 워크숍 날짜를 잡았다. 첫 워크숍은 “갑자기 분위기 낫또”라는 제목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들어서는 순간 진지하고 정성껏 낫또를 만들게 될 분위기를 상상하며 제목으로 지었는데 당일 참가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라고 했다.

첫 워크숍이라 그런지 의욕이 넘쳤다. 준비도 거의 2주 넘게 했다. 워크숍은 낫또 발효의 원리, 낫또균의 능력, 낫또 만드는 과정, 나만의 노하우, 부패 확인법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워크숍의 목표가 참가자들이 집에 돌아가서 스스로 낫또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자료도 많고, 설명도 지나치게 디테일했다.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었고, 한 참가자는 혼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워크숍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셨다. 하지만 워크숍은 결국 처음 예정했던 시간에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넘기고 나서야 끝이 났다.

첫 워크숍 치고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성취감은 거의 없고 피로함만 몰려왔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스스로 무언가에 빠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 2주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워크숍을 준비했으나 열심히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나에게 와닿는 건 별로 없었다. 홍보나 사람들의 반응 등도 목표이긴 했지만, 워크숍을 한번 해보고 싶었던 나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목표는 아니었다.

두 번째 워크숍은 훨씬 많은 것을 보완했던 워크숍이었다. 홍보도 한주 더 늘렸고 기존에 2회차였던 일정도 1회차로 바꾸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워크숍을 접근했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설명 자료와 워크숍 순서를 구체화하기, 개인 SNS 계정에 워크숍 전후 홍보하기, 참가자 모객하기 등 훨씬 구체적이었다. 지난번 경험을 토대로 워크숍 준비 중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기도 목표에 넣어 하루 일정 시간만 워크숍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2차 워크숍은 “풀잎과 콩이 만낫또”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 종균(이번에는 볏짚도)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풀을 이용해 낫또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획했다. 나눠드릴 자료와 PPT 자료도 훨씬 잘 정리된 상태였고 워크숍도 지루한 이론보다는 직접 손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개선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워크숍 현장에서부터 달랐다. 우선 나의 컨디션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그런지 스스로도 워크숍 진행이 매끄럽다고 느껴졌다. 여유가 생기니 참가자들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었고 그들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워크숍을 잘 따라와 주었다. 시간은 20여 분을 남기고 끝이 났다. 피드백을 통해 2번째 워크숍의 아쉬운 점도 많이 짚어낼 수 있었지만 첫 워크숍 보다 훨씬 성취감도 있었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두 번째 워크숍이 끝난 지금 나는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현재는 낫또를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식의 일을 하고 있다. 낫또 연구와 판매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만 연구하다 보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워크숍을 통해 실마리를 얻었다. 낫또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장을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여러 가지 낫또를 선보이는 자리도 만들어보고 싶고, 낫또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고 같이 발효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도 만들어보고 싶다! 동료들과 즐겁게를 강조하셨던 센세의 말씀들이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고 있다.

 

 

– 비전화로 사는 날들, ‘내 삶으로 돌아오는 일(준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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