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손 잇는 날 2019 그 이후] 비로소 흙, 다시 흙으로-

2019년 12월 12일

[손잇는날2019 그 이후] 비로소 흙, 다시 흙으로-

비전화제작자 3기 꼬리

내가 변한만큼 세상도 변하려나?

올해 초, 퇴비함이란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내가 지난 두 달 사이 퇴비함을 소재로 벌써 네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비전화제작자가 되어 나의 ‘작은 일’을 <비전화 음식물 처리기>로 결정했을 땐 ‘이 일로 경제적 자립을 못하더라도 내 삶에서 사용해보는 것’, 그걸로 만족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손잇는날> 이후 이곳저곳에서 ‘꼬리 님의 워크숍을 열고 싶어요.’라는 연락을 받으니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했다.그래서일까. 워크숍을 시작하기 30분 전만 되면 심장이 벌렁거렸다. 하나둘 들어오는 참가자분들을 웃으며 맞이하지만 ‘저분들은 왜 내 워크숍을 신청했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까마득해지기도 했다. 그럴 때 “안녕하세요. 비전화제작자 3기 꼬리입니다.”라고 일단 내 소개를 던진다. ‘비전화공방서울’이란 단어에 담긴 힘이랄까. 그 속에서 내가 경험하고 부대낀 시간들이 내가 이 사람들 앞에 서 있어도 괜찮은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 든든한 기분이 든다.

신기하게도 워크숍은 매번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이 되고, 대기자 명단이 생겼다. 밀양에서, 수원에서 이 워크숍을 듣기 위해 서울로 오신 분들도 있었다. 참가자분들 모두에게 왜 이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무얼 기대하고 왔는지를 물었다.어떤 분들은 이미 나보다 오래전부터 퇴비함을 알고 있었고, 지렁이 퇴비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분들도 여럿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와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비거니즘Veganism’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같은 시대의 지구인으로서 고민의 접점도 많이 마주칠 수 있었다.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고역이었던 분들에게도, 가정용 음식물 퇴비화 기계가 70만 원이 넘어가는 와중에 플러그를 꽂지 않고도 즐겁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반가운 소식이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물을 처리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고, 본인의 일상을 변화시킬 의지가 있다. 다만 그것을 이끌어낼 도구, 노하우, 재료, 동료, 기회를 얻는 것이 시민들에게는 쉽지 않다. 위의 다섯 가지는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님이 ‘스스로 만드는 힘을 잃은 사회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러주신 것이다.워크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고, 그다음은 그들과 함께 일상을 바꿔나갈 ‘동료’가 되라는 것이었다. 내가 퇴비함 분야에 뭐 그리 방대한 지식이나 엄청난 기술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건 참가자분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저 나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내가 겪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몇 달간 연구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사람들은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나는 내 경험들을 조금 정리해서 전달하는 자리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비전화공방서울과 퇴비함 덕분에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시민분들도 여럿 만나고, 지역의 공동체나 외부 단체와 연결되며 동료를 만들고, 그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앞으로도 <비전화 음식물 처리기>를 내 일상에서 꾸준히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무엇보다, ‘제품을 판매하는 작은 일’보다는 ‘경험을 나누는 작은 일’이 나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 일상의 것들을 조금 더 생태적으로 변화시킨다면,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모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서툴지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자립 공생의 방법을 터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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