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2기 비전화제작자 졸업의례 [1] –

2019년 04월 04일

 

행사장에 들어서자 머리에 화관을 쓴 제작자들이 보였다. 한 명 한 명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저기 쑥떡이 있어요.” 그들이 가리킨 쪽에는 일회용 접시 대신 마련된 뻥튀기와 쑥떡, 오미자차가 보였다. 간식을 챙겨 어슬렁 거리니 전시된 사진과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제작자들이 흙이나 나무를 만지는 모습이다. 1년 동안 비전화 제작자들의 삶을 요약한 듯 보이는 풍경이었다.

비전화제작자 과정을 마치며

3월 16일, 2기 비전화제작자의 졸업의례가 열렸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1년 만에 모든 삶의 문제가 해결된 듯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으레 행사장에서 들을 수 있는 현실성이 삭제된 희망찬 이야기들로 공허한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정말 작은 일(3만엔 비즈니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분이 궁금해하고, 저 또한 고민해온 질문이에요. 졸업 후 제가 1순위로 생각한 건 사실 생계였어요. 한동안 일자리를 찾으며 괴리감을 느끼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전화공방에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게 무엇일까?’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봤어요. 그건 ‘스스로 일을 만들 수 있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 ‘손 잇는 날’이란 장터에서 누군가가 제가 만든 덧창을 보고 “이런 창이 집에 있으면 매일이 행복할 거 같아.”라고 말한 순간이 떠올랐어요. 마음이 뭉클했어요. 이런 게 마음이 연결되는 거구나. 특별한 재능 없더라도 나도 일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그런데 제가 졸업을 앞두고 다시 이전 삶의 방식을 반복하더라고요. 이제 그 패턴을 바꿔보고 싶어요.

올해는 <일을 만드는 일 년>을 만들어보자. 그 일로 지금의 제 생활을 온전히 책임질 수는 없지만 조금씩 중심을 옮기다 보면 언젠가는 바라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 아티스트 호스텔을 열고 싶어요. 작업도 하고, 워크숍도 열고, 전시도 하며 서로 발견하고 연결되는 공간을 열고 싶어요. 사실 저는 오랫동안 이런 곳에 살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내가 이런 곳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 2기 비전화제작자 요루

졸업의례는  2기 제작자들이 손수 준비했다.
진행을 맡은 2기 졸업생 이르(좌)와 진찰스(우).
재치 있는 진행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동료들의 발표를 지켜보는 비전화제작자들.
졸업 의례의 주인공인 이들 모두
화관을 쓰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행사장 한 켠에는 비전화제작자의
일 년을 담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 숙제

요루 발표에서 드러나듯 졸업은 끝이 아니라 더 큰 숙제였다. 이날 제작자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풀어놓았다. 생계를 해결하면서도 비전화공방의 철학이 담긴 삶을 실천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그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 잡기를 할 수 있을까? 질문 속에서 찾은 자신이 찾은 실마리를 한 명 한 명 풀어놓았다.

“돈도, 졸업장도, 친구도 없던 제가 작년 3월 비전화공방을 만났어요. 공방에서도 전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듯했어요. 하지만 3만엔 비즈니스를 공부하며 나도 이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 장터에서 나의 정성에 감동하는 손님들을 만나며 자신감을 얻었어요. 겉도는 저를 품어주는 동료들을 보며 힘을 냈어요. 노동의 힘든 순간을 웃음으로 넘기고, 집에 가는 길에 밭에 가만히 서 있어 보고, 동료의 팔짱을 끼고 온기를 느끼는 순간들이 제게 쌓여갔어요.

내가 그토록 찾던 특별함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지금 여기를 온전히 돌볼 때 특별한 것이 된다는 걸 배웠어요. 이런 발견은 자연스럽게 저를 고향 마산으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음식과 요가를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올해 9월 고향 마산에서 카페를 열겠다고 여기서 약속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소중한 것들을 다정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어요.”

– 2기 비전화제작자 산고양이

“돈도, 졸업장도, 친구도 없던 제가 비전화공방을 만났어요.”라며 이야기를 꺼낸 산고양이.
올해 가을 고향 마산에서 꿈꾸던 공간을 열 계획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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