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시민강의] 순환하는 라이프스타일 – 패시브 솔라 닭장

2018년 07월 02일

 

 

“오늘 우리는 닭의 기분이 되어서 닭장을 만들 겁니다. 이 안에 있으면 행복할까, 행복하지 않을까? 상상해보세요. 횃대도 만들 겁니다. 닭은 높은 곳에서 안정을 느끼거든요. 올라가기 쉬운 횟대는 소용없어요. 본능적으로 ‘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어’라고 생각해봅시다.”

6월의 시민 강의가 열렸다. 닭을 키우며 ‘순환하는 라이프’에 대해 강연하는 내내 후지무라 센세는 ‘닭의 입장에서’ 닭장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전 닭이 불행한 걸 자주 봤어요. 우리가 사 먹는 달걀을 낳는 닭은 케이지(cage)에서 움직일 수 없는 채 평생 알만 낳다 죽습니다. 달걀을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모두 치킨이 되고요. 10년 전, 저는 닭이 행복한 집을 만들고 싶어 이 닭장을 만들었습니다.”

일본 비전화공방에서 사는 닭의 평균 수명은 10년이다. 육계(평균 30일)와 산란계(평균 2~3년)에 비해 5~120배는 길다. 비결이 뭘까? 바로 ‘닭이 행복한 닭장’을 만들겠다는 노력 덕분이다.

“끊임없이 닭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요. 제가 닭의 기분이 돼 보니까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힘들었어요.”

후지무라 센세가 찾은 답은 ‘패시브 솔라 하우스(passive solar house)’다.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와 달리,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는 단열을 통해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덕분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일본 비전화공방의 ‘패시브 솔라 닭장’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비결

비결이 뭘까? 그건 바로 ‘왕겨로 만든 단열벽’이다. 1층에 큰 창을 내어 낮에는 햇빛으로 안을 데우고, 밤에는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단열벽으로 차단해 내부 온도를 유지한다.
닭장의 구조는 삼각형이다. 2층으로 갈수록 좁고 어둡다. 2층은 닭이 숨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면서, 데워진 공기가 올라와 머무는 가장 따뜻한 곳이다. ‘패시브 솔라 닭장’은 겨울에 일본 비전화공방 건물 가운데서도 가장 따뜻하다. 그럼 여름에는 어떤 원리로 시원해질까?

여름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져 1층 창으로 열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지붕에 삼나무를 달아서 햇빛을 차단합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빠져나가도록 1, 2층 모두 창을 열어두고요. 가까운 곳에 숲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더 좋지요. 물론 창에는 족제비나 고양이 등이 들어오지 않도록 성기게 만든 금속망을 설치해야 합니다.”

페시브 솔라 하우스는 겨울과 여름의 햇빛의 고도차를 이용해 사계절 내내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이곳에서 비전화공방의 닭은 일 년 내내 알을 낳거나 휴식을 취한다.


닭과 함께 사는 의미

일본 비전화공방에 사는 닭들

 

닭과 함께 사는 건, 단순히 신선한 달걀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후지무라 센세는 닭을 키우면 우리가 자연의 순환 안에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순환의 핵심은 바로 ‘똥’이다. 닭은 창자가 짧아 소화 흡수 능력이 떨어져 약 70% 정도의 영양분이 분변으로 배출한다. 덕분에 풍부한 유기물질을 함유한 유기농 비료를 얻을 수 있다.

“닭똥이 얼마나 훌륭한지 아시나요? 유기비료는 대체로 영양이 매우 적습니다. 정말 많이 뿌리지 않으면 안 돼요. 소똥도 영양이 0.5%밖에 안 돼요. 그런데 닭똥은 12%가 작물에 도움이 되는 영양이 포함되어 있어요. 닭의 똥은 기적 같아요. 정말 신기합니다. 덕분에 순환이 일어나는 것이죠. 닭의 똥을 우리는 밭으로 가져가면 맛있는 채소가 되고 그걸 우리가 먹습니다. 남으면 닭에게도 주고요.”

후지무라 센세는 ‘순환성과 다양성’이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에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해나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을 지키는 데 순환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죠. 하지만 즐겁지 않으면 계속할 수가 없어요. 닭이 달걀을 낳는 신비로운 메커니즘에 비교하면 우리의 과학은 별 게 아닌 거 같아요. 인간이 겸허하게 살게 해주기도 합니다. 닭과 함께 살면 매일매일 순환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닭은 정말 아름다워요. 닭들이 ‘나 왔어요’하면서 동네의 여러 집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이것이 우리가 닭을 키우는 기쁨입니다.”

[Q&A]

 

Q. 닭이 알을 사람이 꺼내는 걸 보면 안 낳을 거라고 하셨는데, 계속 꺼내야 한다면 어떻게 하죠.

A. 가슴이 아픈 일인데요. 닭 모르게 몰래 가져가는 겁니다. 훔친다고 하죠.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날이 좋으면 닭들은 나가요. 아침이 되면 나 좀 내보내 달라고 먼저 요구하죠. 그때 문을 열어주면 기뻐하면서 나갑니다. 그리고 달걀을 받습니다. 가끔 훨씬 더 가슴 아픈 일 있습니다. 저희는 수탉을 기르지 않아요. 닭을 위해서는 같이 있는 게 행복할 텐데요. 수탉이 있으면 아침에 너무 시끄러워서 어쩔 수가 없어요. 전 언제나 닭의 행복과 저의 행복을 저울질합니다. 가끔 닭이 알을 품으면 가슴이 아파요. 알을 품기 시작하면 밥도 먹지 않아요. 아마 자기가 밥 먹으러 갔을 때 뺏길 것을 겁내서 그런 거 같아요. 너무 불쌍하죠. 닭이 먹지 못하니까 말라버려요. 그러면 정말 맛있는 걸 주어 닭을 끌어냅니다. 다행히 금방 잊어버립니다. 이런 고민들 다 포함해서 닭 키우는 일은 정말 행복합니다.

Q. 암탉과 수탉이 함께 있는 게 더 건강하고, 유정란이 더 건강한 알 아닌가?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암탉과 수탉은 같이 있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는 함께 키우는 걸 추천하는데, 저는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어요. 밤이 아니면 일이 잘 안 됩니다. 닭한테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탉만 키우라고 추천하는 건 아닙니다.

Q. 몇 마리까지 키우나요?

이 정도 크기는 8마리가 쾌적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밀도가 올라가면 좋지 않아요. 더 키우고 싶으면 좀 더 크게, 여러 개 만들면 됩니다. 땅이 있다면 여름, 겨울의 집을 따로 짓는 게 훨씬 좋습니다. 어디다 지을지는 닭을 풀어놔 보면 알 수 있어요. 닭들이 좋은 곳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보니까 정말 단순했어요. 여름에는 통풍 잘 되고 시원한 곳에 가고요. 겨울에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가요. 풀이 있는 곳을 꼭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모래가 있는 곳을 더 좋아합니다. 조건이 된다면 여름 집, 겨울 집 나눠주는 게 행복하겠죠. 인간집도 마찬가지죠. 우즈베키스탄은 평균 수입은 일본에 비해 30분의 1이지만 직접 가보니 일본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풍요로운 나라였습니다. 여름 집과 겨울 집을 따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겨울은 천장이 낮고 창문이 작을수록 좋고, 여름은 천장이 높고 창문 큰 게 좋다는 거 다 알잖아요. 정말 현명하고 똑똑하다. 물질적 풍요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Q. 닭 키울 때 쥐나 고양이가 땅을 파고 들어오는 건 막기 위해 철망을 깊숙이 박아야 하는 거로 아는데, 그런 대비는 어떻게 하나요?

닭도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멀리 놀러 가도 밤에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여기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있는 것이죠. 말씀하신대로 바닥에는 망을 설치하면 됩니다. 전 천적으로부터 100%로 지키보다는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보호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를 함께 키우는 게 좋습니다. 개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낮에는 들개가 오지 않습니다.

Q. 십 년 넘게 살면 구분이 되는지 이름이 있는지 죽으면 묻어주는지 궁금합니다.

오래 같이 살기 때문에 점점 구별됩니다. 이름도 짓게 되고요. 늙어서 달걀을 낳지 않더라도 잡아먹지 않고 죽을 때까지 기릅니다. 죽으면 땅에 묻어줍니다. 생명의 존엄이란 게 있잖아요. ‘’편안히 잠들렴’하고 보내줍니다.

 

∴ 글         우민정
∴ 사진     박상준 / 일본비전화공방
∴ 디자인     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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