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7시민강의 : 자급자족 자립기술 어떻게 익힐까

2017년 07월 29일

후지무라센세와 함께하는 시민강의
“자급·자족·자립기술 어떻게 익힐까”

다른 삶, 다른 기술에 대한 말은 많이 듣지만, 일상과는 늘 거리감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와 기술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후지무라 선생님의 저서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가 출판된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3만엔 비즈니스’가 회자됐다. 일본어판 제목은 <월 3만엔 비즈니스>. 월 30만 원, ‘적게’ 버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다. 이날 시민강의는 청년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시민 마흔 명이 참석했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책 제목과는 반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허리까지 아프게 됐다”는 농담으로 강의를 열었다.

 

“자급·자족·자립기술 어떻게 익힐까” 강연 모습 후지무라 선생님은 문명의 전환기인 지금 시대에는 자급력·자활력·동료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문명의 전환기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지속적이고, 공생하며, 자립하는 삶의 방식을 잃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더 자유롭고(LIBERAL), 창조적이며(CRATIVE), 건강하고(HEALTHFUL), 행복하며(HAPPILY), 긍지 넘치는 삶(PROUD)을 읽고 있는 거죠. 이 다섯 가지를 희생하며 살고 있어요. 기존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힘”이 필요합니다.

지속할 수 있는 힘 = 지속력

더불어 살기 위한 힘 = 공생력

자립하기 위한 힘 = 자립력

지속력은 지구나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고 살아감을 의미합니다.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않으면서도 행복지수도 떨어뜨리지 않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공생력은 같이 살아가는 힘입니다. 쉽고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경쟁에 익숙해져 온 시스템을 생각하면 쉽지 않습니다. 자립력은 난해한 말일수도 있는데요. 자신의 힘으로 주거, 에너지, 먹거리를 해결함을 의미합니다. 자급, 자활, 동료를 다 합친 말이 자립력입니다. 수입 없이 살 수 있는 건 아니니 돈을 벌 수 있는 작은 비지니스를 실행하는 힘, 곧 자활이 필요하고요. 새로운 것을 혼자 하면 외롭기 때문에 힘을 모아주고 격려해주는 동료도 필요합니다.

두 달밖에 안되었지만 비전화공방서울의 제작자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이가 참 좋아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연과 환경에 비지속적이며, 서로 경쟁하며 돈과 조직에 기대어야만 살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비전화공방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비전화공방서울의 자립 기술

비전화공방서울의 1년 프로그램은  네가지로 설계했습니다.

첫째, 자급자족 기술을 훈련합니다. 자기가 살 집, 먹거리, 에너지, 등 자기 힘과 손으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두번째, 일자리 만들기입니다. 수입 없이 살 수 있는 건 아니니, 자립하려면 돈을 벌 수 있는 작은 비지니스가 필요합니다. 세번째, 철학을 공부합니다.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고 펼쳐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입니다. 네번째, 동료 만들기입니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일부로라도 함께 밥을 해먹으며 일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기존 사회에서는 네 가지 프로그램을 다 따로 가르칩니다. 비전화공방의 특징은 이 네 가지를 같이 한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작자들은 “태양열 식품건조기”를 직접 만들고, 직접 시민워크숍을 열기도 했습니다. 다들 “태양열 식품건조기” 제작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냥  과일이나 채소를 말리는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자외선 때문에 재료 본연의 색이 퇴색될 수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영양소나 맛도 파괴될 수 있죠. 단순히 건조기니까 태양빛을 더 강하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죠. 경우에 따라서는 빛을 적게 주고 장시간 말려줘야 더 적절한 식재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세계적으로 아무도 이걸 연구한 사람이 없습니다. 제작자들에게 요청되는 수준은 이런 연구를 해서 사람들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상품”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일본에는 1,200명의 제자가 있고,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은 만 명가량 됩니다. 그중에는 이 태양열 건조기 기술만 가지고도 생활을 유지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비전화공방서울의 제작자들은 3주만에  일본 제자들이 만든 것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에 시민과 함께 하는 “태양열 식품건조기 워크숍”도 열었습니다. 4시간만에 마감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해요. 워크숍에 참여한 후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12명의 제자들이 시민들을 감동시키고 만족시킬 정도로 준비했다는 이야기겠지요. 이 하나의 워크숍만으로도 제작자 스스로 자신이 충분히 ‘스몰 비지니스’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워크숍 이후 제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건조기에 직접 식재료를 건조하고 요리해서 먹고 있습니다. 처음이니까 일본에서 연구한 레시피를 일주일에 3개씩 공유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워크숍 이후 시민들이 가정에서 발견한 레시피를 다시 공방에 공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레시피가 쌓이면 두가지를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각자 만든 드라이 푸드(말린 채소나 과일 등으로 만드는 음식)로 여는 파티입니다.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함께 초청해서 파티를 즐기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드라이푸드 레시피 북입니다. 그런 책이 탄생하기 전까지, 계속된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아직 한국에서 출판되지 않았을 겁니다. 나오더라도 여러 곳에서 수집 된 자료로 엮어졌겠지요. 저희가 내는 책은 제작자,  시민이 함께 연구하고 검증한 콘텐츠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합니다. 책이 나올 단계에 이르면 참여했던 사람들은 한국에서 드라이 푸드 분야의 선두 그룹에 속하겠죠. 그 과정에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도 생기고요. 기술이 일로 비즈니스로 연결 될 수 있는것이지요.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돌가마 제작 워크숍이 예정되어있고, 역시 제작자들이 진행합니다. 돌가마 제작 또한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밤늦게 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돌가마 제작을 준비해왔습니다. 보통의 학교라면 졸업하기 전까지 학생입니다. 사회와 분리된 채로 기술만을 배우지요. 여기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합니다. 학생의 레벨에서 멈추지 않고 남을 지도하는 레벨까지 한번에 끌고가려는 것입니다. 비전화공방은 배움과 일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지금 배우는 기술이 어떻게 일로 연결되는지 생각하고 실제로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기술이 일과 삶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사회와의 연계는 무엇일지 융합해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비전화공방이 생각하는 자립의 방식입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은 앞으로 만들어질 비전화카페의 비전도 공개하였다. 그 과정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였다. 완성 이후의 아름다움만을 향유하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함께 겪으며 만들어나가야 시민들도 ‘나도 가능하겠구나’라는 희망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비전화공방도 처음엔 ‘0(제로)’ 에서 시작되었다. 0에서 시작하여 하나씩 만드는 과정 안에 행복이 있었다고 말하며 후지무라 선생님은 강의를 마쳤다.

 

*후지무라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민강의는 9월에 다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강의와 더불어 비전화공방서울 견학을 함께 했다. 비전화공방서울의 “태양열 식품건조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
비전화제작자들이 매일 점심을 지어먹는 부엌도 소개하였다 제작자들은 수제 도정기로 갓 지어먹을 쌀을 도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엌은 밥을 해먹으면서 에너지를 학습하는 배움의 장이예요. 태양광 판넬도 지붕에 부착해서 부엌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쓰이고 있고요. 냉장고를 안쓰면서도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어요. 그 중 도정은 부엌일을 더 즐겁게 하는 방법이예요. 한 번에 도정 되지 않고 기본적으로 세 번 반복해요. 저희는 매일 15인분을 도정해서 섞어 먹는데, 도정에 15분정도 걸려요. 매끼마다 토종벼를 먹고 있는데요. 얇은 벼부터 동그란 벼까지  모양새가 다양해요. 종류에 따라 도정기안에 밀도를 조절하면서, 맛있게 밥을 지어먹고 있어요.”

 

제작자가 수도꼭지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야자활성탄 정수기를 소개하고 있다

 

“정수기는 계속 전력을 써서 정화하며 필터를 거치는 방식인데요. 저희는 야자활성탄을 사용하고요, 야자잎을 태운 숯이라 생각하시면 되요. 일반 숯보다 수십배정도 잎자가 곱와서 화학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방법은 굉장히 단순해요. 수도꼭지에 꼭 끼워서 물만 활성탄을 넣은 유리병 사이로 흘려보내면 되요. 전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죠. 여름에는 2주일에 한번, 겨울에는 2개월에 한번 정도만 뜨거운물로 열탕소독하면 10년이상 장기사용 가능하죠. 소독을 깜박해도 투명한 유리병을 쓰고 있어서 소독여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들이 벼농사 짓는 양동이 논을 함께 보고 있다

 

“양동이에 황토를 깔고 논을 만들어 봤어요. 일상에서 벼농사를 짓어 보는 과정인데요, 토종벼 스무종을 심었어요. 농사라고 생각하면 텃밭의 토마토나 구황작물만 생각했는데, 벼를 직접 재배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농사를 도와주시는 우보님께서 토종벼 살리기 운동을 하셔서 종자를 받을 수 있었고요. 보통 키가 120-130, 더 큰 벼는 160cm까지 자라고요. 앉은뱅이 벼 처럼 작은 종도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지금은 비슷해 보이지만, 자라면서 달라지겠죠. 재미있게 관찰하고 있어요.”

 

 

취재/글 박우영

편집 우민정

사진 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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