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저널

[현장스케치] 비전화제작자 10주 돌아보기 : “바라는 삶”은 자립에서 시작한다

2017년 08월 07일

#8. 비전화제작자 10주 돌아보기
“바라는 삶”은 자립에서 시작한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믿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 가끔 친구와 “이번 생에서는 포기”라는 씁쓸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아껴봤자 미래가 없으니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는다. ‘욜로족’은 집 장만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던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 원할 때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쓴다. 그들을 타깃 한 여행 상품과 가전제품도 쏟아진다. 나는 이 열풍을 보며 현재를 즐기래도 결국 ‘돈’이 필요하다는 자본주의의 뼈저린 교훈만 재확인했다. 돈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정녕 ‘바라는 삶’일까.

후지무라 선생님은 ‘바라는 삶’은 ‘자립’이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때의 자립은 삶에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든다는 의미다. 만들어진 완제품을 구매하는게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즐거움은 손쉽게 얻는 결과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작자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culture creator)”이다. 비전화제작자로 살아온 지 10주, 그간의 경험을 되짚으며 배움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전화공방 제작자와 후지무라 선생님이 둘러앉은 회고 자리

“나만의 혼을 집어넣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

후지무라
여러분의 밝은 얼굴을 봐서 기쁩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작품에 ‘혼’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발명가로서 저는 두 가지의 혼을 수련합니다. 첫째,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늘 자신에게 질문합니다. 두 번째는 제 지론인데요. 예술가는 상처를 다루는 과정을 통해 혼을 갈고 닦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건, 제가 생각하는 혼입니다. 다시 말해 각자가 “나의 혼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합니다.

비전화공방서울의 활동은 분명 역사에 남을 겁니다. 그런 무거운 역할을 맡았으니 늘 고난의 연속이겠죠. 그렇지만 수행 후에는 여러분 모두 이 사회에서 빛이 되는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노엘라
농장에서 당귀를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잘 자라지 않아 고민이에요. 옆에 다른 작물은 쑥쑥 자라요. 오히려 감자는 너무 잘 자라서 문제일 정도였거든요.

후지무라
약초가 그렇게 쉽게 자라지 않을 거예요. 이유를 연구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려움에 봉착했다면 오히려 그 기회를 통해 당귀뿐 아니라 여러 약초를 재배해보고, 어떤 게 이 땅에 맞는지 찾아보는 기회로 삼길 권합니다.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일본 제자들에게 약초를 직접 키우고 파는 ‘약초 카페’를 만들어 보라고 격려합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그 지역의 풍토에서만 나는 그런 약초를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일종의 지역 특산물입니다. 그런 지역이 늘어나면 특색 있는 약초를 서로 교환하는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겠죠. 자립한 개인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게 중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간혹 자립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고립되기 쉽습니다. 새로운 운동 방식은 ‘소규모로 자립한 커뮤니티 간의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곧 그렇게 변해나갈 겁니다.

단영
이번 달에는 바빠서 놓치는 게 생겼어요. 태양열 식품건조기를 더 연구해서 기술을 체화한다든가, 생활에서 더 돌볼 수 있는 것을 챙기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 부분이 아쉬워요.

후지무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비전화공방은 생활, 일, 기술, 사회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자각 자체가 중요합니다.

비전화 제작자로서 경험을 나누는 제작자

“즐거운 일에는
긴장과 집중이 따른다”

수미마셍
작업할 때 제작자나 저의 표정을 살폈는데 작업량에 쫓기다 보니 굳은 얼굴이더라고요. 우리는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신나게 작업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후지무라
중요한 얘기에요. 지금 우리는 작업과 수행을 동시에 하는 겁니다. 수행은 자기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과정이죠. 그러려면 ‘과제’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긴장감’과 ‘집중력’이 생기겠죠. 이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수행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일본 제자들이 잡초 제거를 하는 걸 보고 제가 “이렇게 잡초를 제거하면 1년은 걸리겠다”고 말했어요. 목공과 농사는 시간 승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래 걸리면 결국 기계를 쓰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스포츠 훈련이랑 같은 겁니다. 운동하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실력을 늘리려면 자기 힘보다 20~30% 정도만 더 쓰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상 더 힘을 가하면 몸이 망가지는 거죠. 앞으로 목표를 여러분의 능력의 120~130%로 정해보세요. 사람마다 차이도 중요합니다. 공통의 목표가 아닌 각자에게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모두가 100kg의 바벨을 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제작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후지무라 선생님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질문 덩어리가 되자”

수정
돌가마를 하면서 미장을 처음 해봤어요. 할 줄 몰라서 유튜브로 영상을 봤는데 막상 정말 작은 일 하나하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 계속 막히더라고요.

후지무라
그게 더 공부가 많이 될 거에요. 전제는 늘 여러분 스스로 먼저 생각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안 되면 동료들에게 물어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저한테 물어보는 거죠. 해서는 안 될 건 뭘까요? 혼자 고립돼서 초조해하는 겁니다. 질문 하지 않고 혼자 생각을 정리해버리는 건 위험합니다. 내가 이 사회에 뭔가 쓰임이 되고 싶다면 질문 덩어리가 되어야 합니다.

진뭉
전 3만엔 비즈니스를 통해 상품의 매력성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보는 게 좋았어요. 제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훈련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체력 분배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후지무라
체력은 점점 향상될 겁니다. 그렇지만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을 고안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톱질할 때, 톱을 너무 꽉 잡으면 힘만 듭니다. 손을 그냥 얹은 것처럼 올리고 직선으로 잡아당깁니다. 그러면 오히려 깨끗하게 자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구의 사용 방법 하나에 따라서 속도와 질이 달라집니다.

자기 스스로 궁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만나면 얼마나 시간과 힘을 들여서 할 일인지 기준을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비전화공방에서 배울 기술은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술의 10분의 1도 안 되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힘만 있다면 나머지 기술은 충분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그 바탕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취재/글/편집 우민정
사진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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