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일상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저자와의 만남

2017년 10월 24일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저자와의 만남

2017.10.20.(금) 


자기 삶을 건강하게 가꾸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라면, 어딘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함에 있어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뚝딱뚝딱 만들고 고치는 행위는 보통 남성들이 하는 것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으니까요. 세면대가 고장나도 고치는 사람을 부르기 두려워 방치하기도 합니다. 공구점을 가면 “여자가 이런 걸?” 눈빛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뭘까요?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비전화공방 제작자 모집할 때도 여성비율이 높았습니다. 비전화제작자 1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편입니다.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나 싶습니다.  


비전화공방과 비슷한 움직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안 부르고 혼자 고침(완주숙녀회, 이보현)입니다. 후지무라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새로운 걸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들을 수리하는 능력도요. 새로운 걸 만들려면 구조를 파악하면서 조립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 수리는 손때묻는 가치를 아는 행위랄까요. 늘 새로운 걸 만들 순 없으니까요. 내가 사는 공간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수리 기술이 일러스트와 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신간을 받아보고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2017.10.20) 비전화제작자 아지트로 모셨어요. 



경제적 이유에서 시작된 직접 생활은 장점이 많았다. 직접 요리하면 설사 맛이 없다손 치더라도 깨끗하고 바른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몸을 많이 쓰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시간도 의지도 충만했던 시기에는 샴푸도 안 쓰고 생채식에도 도전했다. 먹는 거 준비하는데 한 시간, 먹는 데 한 시간, 머리감는 데 한 시간.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다. 꼭꼭 씹어먹고 빡빡 씼고 하다보면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바느질이나 목공, 요리, 글쓰기, 그림그리기 주변의 도움을 받아 돈을 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 기회는 많았다. 무엇보다도 직접 하면,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그 결과가 진짜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저자와의 만남 이야기 자리에서



짧은 이야기 자리였기에 직접적인 수리 기술을 나누진 못했고요. 어떤 경험을 통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책이 나오게 되기까지. 그리고 저자의 삶이 드러난 고민들이 전해졌습니다. 완주에서 완주숙녀회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 여성으로 홀로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기술, 기록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요. (자세한 내용은 책에도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할게요. 책을 꼭 보셔요.) 비전화제작자를 비롯해 자리에 참여한 분들도 이런저런 궁금한 점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똑같이 고치는 행위를 하는데 여자가 하면 시간이 있나보다? 이런 시각들을 많이 느꼈다. 나는 뭘 해도 그런 식으로 명명되는 게 불쾌했다. 저자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탐방 준비하면서 지역에 사는 여성을 만나면서 지역에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시골에서는 성역할이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행사를 하더라도 여성은 음식준비, 남성은 장작을 팬다. 누군가 어떤 친구가 말했다. 나는 음식하는 것보다 장작 패는 게 훨씬 쉬운데 나한테는 장작을 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모든 남자가 장작을 잘 패는 것도 아닌데 이분법적으로 나눠져서 살기 힘들다. 


우리는 지역에서 이런 문제를 여전히 마주한다. 빨리 결혼하라는 말을 듣는다. 공구를 하나 사도 여자들한테는 작고 가벼우니까 이게 좋다고 말을 한다. 사실 그럴 수 있다. 기본적인 신체구조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늘 예민하게 내가 변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움직임일지 고민하자고 말이다. 


“완주숙녀회라는 이름에 끌렸다. 처음에 여기 자리에 오고 싶다고 생각한 건 ‘소소한 기술이나 스스로하기’보다는 ‘완주에서 그것을 하는 것.’ 훨씬 더 마음이 갔다. 도시에서 스스로 고침과 지역에서 스스로 고침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차이가 어떤 게 있을지 궁금했다.”

도시에서 혼자 하는 것과 시골에서 혼자 하는 것의 차이는 동료, 친구다. 혼자고침이라고 말하지만 완벽하게 혼자 고치는 게 아니다. 뭘 갈 때도 누가 잡아줘야 하고 빛을 비춰줘야 한다. 주로 시골에 혼자 내려간다. 나도 혼자 갔다. 동료를 만드는 게 가장 힘든일이었다. 완주숙녀회의 탄생은 느슨하게 만났다 흩어졌다하는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만나는 조각보, 포도송이같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개개인들이었다. 남성은 남성대로, 학부모 정체성은 그대로, 나는 30대 후반이니까 20대 청년층하고도 다르다. 30대 중후반 친구들하고 모여서 놀더라도 마음 편하다. 너무 좋은 친구들이다. 5명 정도 있는데 더 많아지면 좋겠다. 어딜가도 똑같으니 5명 모여있는 완주에 오시라는 말을 하는 편이다. (다들 웃음) 



유쾌한 만남이었습니다. 저자의 입담에 빠져들었어요. ‘완숙회’말고 ‘반숙회’로, 주말마다 시간될 때마다 완주에 놀러가겠다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각자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자리였겠죠. 앞으로 우리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먼 길 와주어 고맙습니다.   





글쓴이/사진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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