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일상

7월 적당포럼, 여름살림부엌을 시작으로

2017년 08월 08일



부엌에서 ‘계절감’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마트에 가면 어느 계절과 상관없이 풍성한 쌈채소와 고구마, 감자, 양파, 대파 등의 야채가 있다. 그나마 제철에 나는 과일로 계절을 느낀다. 부엌도 마찬가지이다. 냉장고에 쟁여놓는 음식들을 봐도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빼곡하다. 물론 여름에 냉장고에 들어가는 숫자가 훨씬 늘어난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여름부엌은 늘 긴장된다. 상하기 쉽고 벌레가 잘 꼬이기 때문이다. 여름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 냉장고 없이 부엌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마침 작은것이 아름답다 7,8월 특집호 주제가 <생태여름부엌>이었다. 7월 적당포럼을 함께 진행하게 되어 자연스레 주제가 정해졌다. 비전화공방서울에서도 20여명 되는 사람들이 점심을 만들어먹는다. 텃밭에 나는 작물들로 요리를 한다. 냉장고가 없어서 되도록 남기지 않고 다 먹는 편인데, 남는 반찬들은 공용냉장고 신세를 지기도 한다. 확실히 냉장고가 없어서 불편한 계절이긴 하지만, 남기지 않기 위해 조금 적게 요리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적당포럼에 모인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림할거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1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작은 냉장고를 쓰다보니 짜증이 났어요. 냉장고에 넣어야할 건 많고 다 안 들어가니 짜증이 난 거죠. 왜 밖으로 빼낼 생각은 하지 못할까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 비전화공방서울 제작자1기 신수미


‘여름살림부엌’을 주제로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것이 아름답다 7,8호 특집호에 실린 문구를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부엌은 오랜 전통이 집약되어 있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공간이었다. 늘 삶의 중심이었는데 점차 주변으로 밀려났다. 냉장고 기능도 다양해지고 온갖 편리한 도구들로 가득하지만, 단지 끼니를 때우는 공간이 됐다. 자본이 부엌의 실종을 빠르게 부추기고, 삶의 주도권을 빼앗고 있다. 그런 삶은 건강하지 않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7,8월 특집호 중에서 

부엌이라는 공간과 우리 삶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철을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합니다. 철이란, 제철할 때의 계절을 의미하는데요. ‘냉장고가 철을 모르게 하는 주범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5-6명씩 조별로 냉장고 없이 살아가는 노하우나 부엌에 바라는 점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조별로 모여서 적당포럼에 오게 된 이유와 냉장고 없이 살아가는 기술, 내가 요즘 하는 고민들을 나눴습니다. 적당포럼은 매월 한 가지씩의 약속을 정하기에 다음달 적당포럼 전까지 각자의 약속도 이야기했고요. 특히 그런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관계를 맺고 싶다고. 엄마와 사는 사람들은 엄마와,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으면 그렇게. 요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관계가 있어요. 물론 고정된 성별 역할은 주의해야 하지만요. 


조별로 약속이 정해졌습니다. 냉장고 한 칸을 비우겠다,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겠다, 제철음식 사먹겠다 등이었습니다. 냉장고 없는 부엌을 시작으로 관계맺는 방식, 제철요리, 요리법, 베란다 텃밭가꾸기 등 주제가 무궁무진합니다. 결국 내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사는가.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는 냉장고가 없이도 가능한 살림이 있다는 걸 알고나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다양해졌다는 마무리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셔서 기뻤어요. 든든했습니다.


8월 적당포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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